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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 맥카시 "정치아이콘으로서의 부시,계속 다루겠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격렬한 논쟁을 불러온 미국의 현대미술가 폴 맥카시(PAUL McCARTHY, 67)가 한국을 찾았다. 맥카시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회장 이현숙) 초대로 첫 한국 작품전을 연다. 오는 5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개인전에는 해외 주요 전시에서 관심과 논란을 한 몸에 받았던 ‘백설공주(White Snow)’ 시리즈의 ‘아홉 난쟁이들’ 조각 9점이 나왔다. 

1937년에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들’을 엉뚱하게 패러디한 이 작품은 폴 맥카시의 대표작으로, 풍자와 해학으로 점철돼 있다. 빨강 핑크 파랑 등 화려한 색채의 실리콘으로 빚어진 9점의 조각들은 디즈니 캐릭터의 이름을 따 멍청이(Dopey), 박사(Doc), 졸림이(Sleepy), 재채기(Sneezy) 등으로 명명됐지만, 통통하고 귀여웠던 모습은 간데 없다. 저마다 백설공주를 향해 야릇한 시선을 던지는 난쟁이들의 코는 잔뜩 부풀려진 남근 형태를 띄고 있다. 바닥에도 확대된 성기의 조각들이 파편처럼 나뒹굴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했던 동화 속 캐릭터가 맥카시에 의해 엽기적으로 변모한 것. 맥카시를 만나 작업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폴 매카시(미디어설치 작가)/미국

-원작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인데 어째서 아홉난쟁이인가?

▶나는 나의 작업을 ‘문어발’, ‘문어’라고 부른다. 주무르면서 작업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퍼포먼스인데 그러다 보면 조각도 되고, 회화도 된다. 물론 기계화된 조각작업도 한다. 동시에 하는 작업이 5~6개다. 실제로 그 작업들이 50가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은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원래 나는 행위예술을 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난쟁이 작업도 조각이긴 하지만 행위예술로 봐도 무방하다.

"왜 아홉 난쟁이냐?"고 물었는데 시작은 물론 일곱 난쟁이였다. 그런데 주무르다 보니 ‘아, 멍청이를 하나 더 만들어야겠구나, 졸림이를 더 만들어야겠네’ 하며 늘었다. 원래는 심술쟁이를 하나 더 만들고 싶었다. 내 버전, 그러니까 폴 맥카시의 백설공주 버전은 아홉 난쟁이인 셈이다.

- 왜 동화인 백설공주 작업을 했는가?

▶1970년대에 잠깐 떠올렸던 주제였는데 그동안 다른 작업을 하다가 5년 전 다시 떠올라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만화 뽀빠이, 동화 하이디에 기반한 작업을 했다. 일종의 가족이야기다. 마이크 켈리와는 피노키오 작업도 했다.

그런 작업을 거쳐 남성, 광대로서의 가부장을 다룬 작업을 집중적으로 했다. 왕, 대통령(부시), 아버지 등이 어릿광대로 등장하는 작업이다. 서부영화, 잠수함 작업을 통해 남성이 주인공이고, 남근이 잇따라 등장하는 잔혹하고 엽기적인 작품을 만들다가 백설공주가 떠올랐다. 여성과 사랑을 주제로 한 작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설공주 드로잉을 수백점 넘게 했는데 이 작업은 일종의 러브스토리이다. 나는 난쟁이 조각에 이어 요즘 대규모 셋트도 짓고 있다. 백설공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필름으로 제작하기 위해서다. 나는 작업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예술에 있어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당신 작업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내 작품에서 아름다움을 본다. 그러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분명 나올 것이다. 나는 어떤 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제대로 된 형태를 띄고 있을 때 아름다움을 본다. 반드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을 과감히 용기 내서 이야기하는 것, 통상적인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라 생각한다.

백설공주 스토리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각자에게 이런 동화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서구에서도 중요한 문화의 일부분이다. 이 스토리들은 우리를 현실에 길들여지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간다. 우리의 존재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를 뒤집어보고 싶었다.

나는 인간인 우리 자신을 물구나무 세워, 한번 필터링하고 싶다. 시원하게 훑어보고 싶은 거다. 이번 조각은 어린이를 위한 조각은 아니다. 물론 어린이들도 느낄 수 있긴 하겠지만.

-가부장적 남성, 정치인, 왕 등을 다룬 당신의 작업에는 유난히 성적인 코드가 많다. 성행위, 남근이 많이 드러나는데 그 이유는?

▶이번 백설공주 프로젝트에서도 남성을 어릿광대로 표현했듯 나는 남성을 자주 광대로 표현하고 있다. 거룩하고, 엄청난 파워를 지닌 인물에 감춰진 광대적인 요소에 주목한다. 아홉 난쟁이들에도 작품 주변에 흩어져 있는 오브제 중 남근적인 물건들이 많다.

나는 성행위, 남근을 자주 표현하는데 당면하는 이슈가 ‘평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느냐의 문제, 가부장의 위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거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이다. 남성과 남근적인 것은 그 일부다. 이러한 이슈들은 당연히 다뤄져야 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살상무기는 남근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작가로서 그런 것을 비판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런데 그들 지배자도 실은 어릿광대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자유로운가? 아니다. 나 역시도 비판의 대상이다. 내 작업은 사회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과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내 자신과, 인간의 모습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당신 작업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많이 등장한다.

▶난 작가로서 특정한 시대의 작가이다. 1960년대에는 정치적인 다다이즘을 추구했던 작가들이 있었다. 작가란 모름지기 그 시대와 문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구체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거다.

이 세상에 성스러운 것은 없다. 부시 또한 성스럽지 않다. 광대인 내가 광대로서 질문하는 것은 “부시 또한 광대가 아니더냐”는 것이다. 나는 정치적인 아이콘으로서 부시를 다룬다. 개인적인 인간 부시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아이콘으로서의 부시가 내겐 중요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부시를 계속 다룰 것이다. 02-735-8449

글, 사진=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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