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소녀, 살육의 오디션에 뛰어들다
죽음 담보로 한 TV리얼리티쇼‘헝거게임 ’…슈스케·K팝스타 등 경쟁에 열광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묵시록
거액을 내건 경연ㆍ오디션 프로그램부터 일반인들의 짝짓기, 연예스타들의 여행ㆍ모험ㆍ임무완수기까지 TV 리얼리티 쇼의 전성시대다. 시청자들은 매일 매시간 어김없이 TV에서 펼쳐지고 반복되는 ‘각본 없는 실제 상황’에 열광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리얼리티 쇼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경연과 오디션 프로그램은 국내의 경우 최고 우승상금 1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보상과 참가자들끼리 사투를 불사하는 짜릿한 경쟁 형식으로 오락적인 재미를 극대화한다. 탈락자들이 한 명씩 늘어갈 때마다 시청률은 치솟는다.

이제 서바이벌 게임을 극단적 상상력 속으로 밀어넣어 보자.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이다. 말 뜻 그대로 참가자들은 모두 죽고 단 한 명 최후의 생존자만을 가리는 TV쇼.

할리우드 영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역시 이 극한의 상상력에 대한 현대인들의 매혹을 다룬 작품이다. TV와 리얼리티 쇼, 생명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 영화의 키워드다. 12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뉜 가상의 독재국가, ‘판엠’이 배경이다. 여기서는 1년에 한 번, 12개의 구역별로 10대 남녀 1명씩 2명을 추첨으로 선발해 총 24명이 생존전쟁을 벌이는 TV쇼를 치른다. 최후의 1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참가자들은 서로 죽고 죽여야 한다. 이름하여 ‘헝거게임’이다. 


주인공은 ‘캣니스’(제니퍼 로렌스)라는 10대 후반의 소녀다. 추첨일 제12구역의 대표로 어린 여동생이 호명되자 언니인 캣니스가 대신 나선다. 캣니스를 짝사랑하던 같은 구역의 피타(조쉬 허처슨)도 남자대표로 뽑힌다. 경기가 시작되면 참가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무기는 하나. 캣니스의 무기는 한민족에게 너무도 친숙한 활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것만 다를 뿐, TV쇼 ‘헝거게임’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닮았다. 먼저 개막을 앞두고 합숙과 훈련이 이루어지며 ‘전야제’격 행사에선 유명 사회자가 진행하는 토크쇼가 열린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재능만큼이나 휴먼 스토리가 중요하듯, ‘헝거게임’의 토크쇼에서도 참가자들이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어린 동생 대신 참가한 캣니스와 그를 짝사랑하는 피타는 단숨에 ‘헝거게임’의 최고 이슈가 된다.

‘헝거게임’은 지난 2008년 시작돼 3부로 완결된 수전 콜린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는 4부로 기획됐고 이번이 그 첫 편이다. 이어지는 후속 편에선 판엠의 독재체제에 항거하는 반란이 예상된다. 독재와 미디어가 결합된 ‘빅 브라더’의 현대사회, 오디션 리얼리티 쇼의 전성시대에 대한 묵시록에 미국 관객들이 먼저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슈퍼스타K’와 ‘나가수’ ‘K팝스타’에 열광했던 당신. 만약 죽음을 담보로 한 서바이벌 게임 쇼가 있다면 열광할 수 있을까. ‘노’라고 장담하지 말라. 당신 안의 관음증, 가학적인 욕망, 악마적 본성. 그 괴물들은 언제든지 깨어날 준비가 돼 있다. 게리 로스 감독. 15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