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빈은 2005년 영화 ‘여고괴담’으로 데뷔, 간담 서늘한 연기로 대중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후 ‘안녕하세요 하느님’, ‘오버 더 레인보우’, ‘쩐의 전쟁’, ‘여배우들’을 통해 개성 강한 연기로 연기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옥빈은 그동안 작품 속에서 선보인 차가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배우였다. 거침없고, 솔직했으며 털털했다. 예쁜 외모와도 상반된 반전 매력의 소유자였다.
# “멜로, 사실 부담스러워”
‘시체가 돌아왔다’는 우연치 않게 ‘시체’를 사이에 두고 얽히고 설키게 된 인물들이 벌이는 범죄사기극. 액션, 코믹, 스릴러가 결합한 영화로 가슴 절절한 멜로,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재밌고 유쾌해서 깜짝 놀랐어요. 원래 장르를 가리지는 않지만 허술한 듯 하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런 점에 끌려서 출연을 확저햇죠. 바로 감독님을 찾아가서 ‘영화, 정말 이렇게 만들 수 있어요?’라고 물었어요.”
사실 김옥빈에게 ‘로맨스’를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박쥐’, ‘고지전’, ‘시체가 돌아왔다’까지. 남자배우와 함께 달콤한 러브라인을 그려낸 적이 없다. 아이러니하다. 외모와 연기력, 뒤지지 않는 실력을 겸비한 그가 멜로물을 왜 피하는 것일까.
“딱히 멜로를 피한 건 아니에요. 그냥 뭐랄까. 멜로물은 촬영을 시작하면 부담스럽더라고요.편안한 마음 상태로 촬영하고 싶죠. 특히 이번 작품은 너무 좋았어요. (류)승범 오빠나, 범수 선배님이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편하게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시더라고요.”
# “류승범 연기에 묻혔다고? 상관없어”
이번 영화에서 류승범의 연기는 강렬하다. ‘똘기 충만’한 안진오로 분한 그의 광기 어린 연기는 시종일관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이에 반해 김옥빈은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류)승범 오빠가 살았으면 됐어요.(웃음) 괜찮아요. 승범 오빠가 안진오 캐릭터를 너무 잘 살린 것 같아요. 저 또한 만족스러워요. 제가 그 연기에 묻혔다는 말을 듣더라도 상관 없어 저는 이 영화의 각각의 캐릭터들, 소소한 이야기들 하나 하나 다 너무나 좋아요. 하지만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한 사람 덕에 ‘영화가 살았다’ 이렇게 평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모두의 힘으로 만든 작품이니까요.”
이번 영화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각각의 인물들이 주는 재미가 신선했다. 김옥빈이 동화라는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겪은 고충은 없었을까.
“딱히 고충은 없었어요. 저는 현장 경험이 다른 선배님들에 비해 월등히 부족한 연기자잖아요. 때문에 현장에서는 감독님의 지시를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고, 의심 없이 믿고 따랐어요. 영화 보면서 아쉽지 않았느냐고요? 모든 연기자들이 늘 자신의 영화를 보면서 아쉬워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 또한 마찬가지였죠. (웃음)”
촬영 자체는 힘들었지만, 김옥빈은 함께 호흡을 맞춘 이범수, 류승범의 개그에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촬영했다.
“범수 선배님은 ‘꺽기도’ 같이 말장난 개그의 달인이고, 승범이 오빠 같은 경우는 몸 개그의 달인이에요. 두 분의 개그 색깔이 너무 달라서 더 웃겼어요. 셋이서 매일 ‘훈민정음’ 게임을 하곤 했는데, 아직도 그 때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 허재훈과 공개연애.. 그리고 그 후
김옥빈은 록 밴드 스키조 멤버인 허재훈과 지난해 8월 열애 사실을 인정하고, 당당히 공개 연애를 시작했다. 두 사람의 애정 전선에는 변함이 없으며, 허재훈은 김옥빈의 든든한 조력자이기도 하다. 사랑하면 닮는다고 했듯, 두 사람의 취향 역시 비슷하다고.
“만나다 보니, 닮아가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를 시나리오부터 다 읽어 봤거든요.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이미 다 알고있는 내용을 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잦은 만남이 이어지면서 두 사람은 제 3자가 넘볼 수 없는 교감을 형성했다. 또한 두 사람 사이에는 ‘록’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했다.
“록 음악은 원래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스트레스를 ‘빵’ 날려 버리는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지금도 굉장히 좋아하고, 듣고 있으면 신나서 운전을 하고 싶더라고요.”
# 평생을 함께할 배우의 길
이번 영화에서 직접 머리를 핑크색으로 물들이며, 남다른 애정을 쏟아 부은 그는 현재 ‘연기의 맛’을 알고 끊임없이 전진 중이다.
“머리 염색을 직접 했어요. 오래 있으면 핑크빛이 아닌 빨간 머리가 되 버리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15분을 지켜서 머리를 헹궜죠. 유지를 하는데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머리색이 좀 특이한 게 아니니까요. (웃음)”
어느 덧 그의 나이 26. 20대 중반에 접어든 그에게 ‘연기’는 삶을 살아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연기’는 내성적이었던 그의 성격을 180도 변하게 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 연기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점점 재밌어요. 저는 제 일을 너무 사랑해요. 빨리 다음 작품을 해서 제 영화를 봤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자리를 마치고 일어선 그에게 차기작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연기에 대해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 작품 속 진오처럼 몸 개그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코믹영화에는 나온 적이 있지만 코믹하게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어서 너무 아쉽네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길을 향해 당당하게 전진하는 배우 김옥빈. 그가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기상 천외한 일을 벌여 우리를 놀라게 할 지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송재원 기자 sunn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