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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레는 5월, 남편 퇴근이 빨라진다…왜?
국내 30대 이상 남성 절반 이상이 남모르게 고민하는 발기부전증상. 지난 1998년(국내는 1999년) 경구형 발기부전치료제(비아그라)가 처음으로 출시되면서 숱한 ‘고개숙인 남성’들은 희망의 등불을 보았다.

사실 비아그라 출시 이전까지 발기부전은 삶의 질 측면에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질병이라기 보다는 노화현상으로 생각해 포기하고 지내거나 보약, 정력식품 등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장이 점점 커져 현재 국내에서 ‘비아그라’, ‘시알리스’, ‘자이데나’가 90% 시장을 점유한 채 3파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국산 17호신약 제피드(JW중외제약)와 제형을 변경한 엠빅스에스(SK케미칼)가 가세하면서 새로운 구도를 형성하는 중이다.

여기에 비아그라의 물질특허가 오는 5월 만료될 예정이어서 29종의 복제약(제네릭)이 이 시기 이후 선보일 전망이다. 5월 이후 국내 시장에는 시판 중인 6종을 포함해 총 30여종의 발기부전약이 각축을 벌이게 되는 셈이다. 발기부전약은 앞으로 제형 경쟁에서 명칭, 가격 경쟁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제약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5월 대회전 예고=시장규모 1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우리나라 발기부전약 시장이 요동을 칠 전망이다. 5월 17일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의 물질특허 만료에 맞춰 국내 제약사들이 20종 이상의 복제약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정청에 비아그라 복제약을 제조하기 위한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신청한 곳은 대웅제약, 한미약품, 삼진제약 등 29개 사에 이른다. 생동성시험을 통해 오리지널약인 비아그라정(100㎎)과 성분 및 함량을 똑같이 만들어 약효까지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면 허가를 받아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한국화이자는 비아그라의 용도특허를 인정받아 2014년 5월까지 독점권을 인정받는다는 방침이지만 국내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아그라의 물질특허 만료와 함께 값싸고 다양한 형태의 약이 나올 경우 ‘제2의 비아그라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비아그라 복제약이 출시되면 1000억대의 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처방약으로 구매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음성시장 또한 1000억원 이상이어서 이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비아그라(화이자), 시알리스(릴리)에 토종약 자이데나(동아제약)가 가세해 전체 시장의 90%를 점유하며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후발주자로 레비트라ODT(바이엘헬스케어), 제피드(JW중외제약), 엠빅스ㆍ엠빅스 에스(SK케미칼)이 달려들어 6개 브랜드의 제품이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임일성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사용이 간편한 잇달아 등장하는데다 값싼 복제약까지 출시되면 발기부전 환자들의 선택 폭이 그만큼 넓어져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 기준 국내 남성 평균 52.2%가 발기부전을 호소하고 있다. 30대 14.3%, 40대 26.2%, 50대 37.2%, 60대 69.2%, 70대 83.3% 등으로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유병률이 높아진다. 심장질환, 당뇨병, 고혈압이 있거나 흡연자의 경우 발기부전은 배로 늘어난다.

실제 지난해 미국의 릴리의 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13개국 국민 중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관계 횟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1회 정도로 세계 평균(1.5회)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젠 제형, 명칭, 가격경쟁=현재 신약으로 나와 있는 6종의 발기부전치료제는 알약과 필름형태 2가지다. 여기에 5월 중순 이후 비아그라 복제약이 20개 이상 쏟아져 나오게 된다. 차별성을 갖기 위해선 명칭과 제형, 가격 등으로 경쟁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빠른 효과와 함께 휴대가 간편한 필름형 제품(SK케미칼 엠빅스S)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은 씹어먹는 제형(츄잉정)을, 삼진제약은 과립형을, CJ제일제당은 가루약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갑에 넣어다니거나 물 없이 먹을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인지도를 선점하기 위한 기발한 이름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비아그라 복제약물에 대한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신청한 제약사는 29곳. 일부 제약사들은 제품 출시를 앞두고 독특한 제품명을 공개하며 인지도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눈에 띄는 명칭은 ‘헤라크라’ ‘포르테라’ ‘누리그라’ ‘불티스’ ‘프리야’ 등 다소 점잖은(?) 것과 함께 ‘스그라’ ‘자하자’ ‘세지그라’ ‘바로그라’ ‘오르거라’ 등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명칭도 적지 않다. 약효와 성분이 똑같은 제품이니 만큼 이름으로라도 한번 튀어보자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식약청은 이들 명칭에 대해 변경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약사법 시행규칙에는 ‘의약품 명칭으로 적합하지 않거나 다른 제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복제약이 본격 출시되면 발기부전치료제의 가격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현재 비아그라는 고함량(100mg)이 1만4000원, 보통 함량(50mg)이 1만1000원이다. 복제약은 이 가격의 50% 이하에서 책정되는데다 현재 엠빅스S가 1매당 5000원으로 업계 최저가격으로 처방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복제약들은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서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복제약의 경우 2000원대 제품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제약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발기부전약은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1회 복용분에 5000∼1만5000원 등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향후 출시될 비아그라 제네릭은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을 내세워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며 “2000∼3000원대 가격이 나올 것으로 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속도전이나 강직도 경쟁도 예고됐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10월 기존 제품의 전형적 부작용인 두통과 안면홍조 증상을 현저히 개선하고, 약효 발현시간도 최소 15∼45분이나 앞당긴 아바나필 성분의 ‘제피드’(일명 샤워필)를 출시했다. 이 약은 JW중외제약이 2006년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 타나베로부터 사들인 신물질을 국내 임상시험을 거쳐 산업화한 것으로, 신속한 약효가 장점이다.

엠빅스에스 역시 필름형 구강용해제(ODF)로 리뉴얼하면서 약물의 생체흡수율을 기존 알약(엠빅스)보다 17% 가까이 개선하고, 발기력도 향상시켰다. 이 제품은 발기부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발기력지수에서 25.57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자이데나 24.19점, 비아그라 22.1점, 제피드 22.0점, 레비트라 21.4점, 시알리스 20.6점 순이었다.

제약사들이 무분별한 발기부전약 마케팅에 나설 경우 약물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발기부전 치료는 약물요법 뿐 아니라 음경해면체내 주사, 수술법, 정신과적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동시에 흡연, 음주를 절제하고 고혈압 비만 당뇨 등의 예방을 통해서도 발병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복제약 신제품들이 복용 편의와 가격을 앞세워 마케팅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시장파이가 커진다는 것은 분명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판촉경쟁이 강화될 경우 약물 오남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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