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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의 안방서 펄펄…지금 PGA는 ‘유럽잔치’
매킬로이·도널드 정상 다툼
美선수들 구경꾼 신세 전락

우즈·미켈슨 간판스타 부진
당분간 유럽파들 두각 전망


잔칫상 벌여놨더니 객들만 신났다. 타이거 우즈, 마크 오메라, 데이비드 듀발 등이 세계 랭킹 1위를 할 때까지만 해도 미국 골프계는 ‘1위는 미국 차지’라는 인식이 강했다. 만약 우즈가 휘청댄다고 해도 필 미켈슨, 스티브 스트리커 등이 그 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미 PGA(남자프로골프)투어를 보면 당분간 미국 선수가 1위를 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0년말부터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마르틴 카이머(독일), 루크 도널드(잉글랜드)가 1위를 돌아가며 차지하더니, ‘차세대 우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까지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유럽 선수들의 세상이 온 것이다. 2주 전 매킬로이가 차지했던 1위 자리는 지난 19일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루크 도널드가 다시 찾아갔다.

세계 랭킹 톱10리스트를 보면 미국인들이 못마땅해 할만도 하다. 1~4위는 모두 유럽선수이며, 5위에 스티브 스트리커가 겨우 이름을 올렸다. 6위는 남아공의 찰 슈워철, 7위에 웹 심슨(미국)이 있지만 8~10위 역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애덤 스콧(호주), 제이슨 데이(호주)로 외국인 일색이다.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공포증)가 생길 만하다.

PGA투어가 외국인 그것도 유럽 선수들에게 점령당하는 양상은 올들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유러피언투어 선수들이 상금 규모가 큰 미 PGA투어에서 주로 활약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유럽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유러피언투어를 주무대로 뛰었고 간간히 PGA투어를 골라서 출전했다. 유럽 선수들이 오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았던 PGA투어 측은 “15대회 이상 출전하지 않으면 시드를 유지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도 지난해 빅스타 중 PGA투어에 주력한 선수는 루크 도널드 정도에 불과했다.

스타가 안오면 속 터지는 건 PGA투어 측이다. 올해 매킬로이, 리 웨스트우드,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가 PGA투어에 주력하겠다고 하면서 투어 측은 반색을 했다. 우즈-매킬로이, 매킬로이-웨스트우드 등 다양한 흥행 빅카드를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PGA투어에서 뛰는 유럽의 강자들이 우승컵을 가져가기 시작하면서 세계 랭킹 톱클래스를 점령하고 있다. 여기에 매킬로이와 도널드처럼 세계 정상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이 서로에게 큰 자극을 주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우즈, 미켈슨이여 어서 부활하라.” 미국 골프계의 소리없는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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