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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까지 번진‘줄세우기’…까칠해서 더 끌린다고?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주로 사용하던 ‘고객 줄 세우기’ 가 SPA 의류(제조ㆍ유통 일괄형 의류) 등 중저가 브랜드까지 번지고 있다.

‘줄 세우기’는 원활한 매장 운영을 통해 소비자에게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전략. 그러나 이면에는 ‘심리적인 진입장벽’과 ‘전시효과’를 통해 고급 브랜드임을 인식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샤넬이 가격인상 요인이 없는데도 계속 가격을 올리는 것과 방법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원한다면 기다려서라도 사라는 배짱이다. 돈을 내고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제안이지만 명품, SPA를 막론하고 이 전략은 꽤 잘 통한다.

스웨덴 SPA 브랜드인 ‘에이치앤엠(H&M)’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마르니(Marni)와 합작한 ‘마르니 컬렉션’을 지난 8일부터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오후 6시 서울 명동 눈스퀘어점에서 열린 사전공개 행사에는 일반고객의 매장 진입이 금지됐다. H&M 측이 초대한 파워 블로거들과 VIP 고객들이 경호원의 안내에 따라 길게 줄을 섰고, 영화제 시상식장 같은 매장 진입로에 깔아놓은 레드카펫은 소녀시대 수영, 슈퍼주니어 이특 등 연예인과 기자 그리고 패션 관계자들이 먼저 밟았다. 초대 고객들은 1시간이 지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대부분은 밖에서 이 진기한 풍경을 구경해야만 했다. 


사전공개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판매개시일인 8일 서울 명동점을 비롯한 압구정동점,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등 H&M 마르니 컬렉션 매장에는 오전 8시 개장과 동시에 입장하려는 1600여명의 고객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신도림동 디큐브시티점의 ‘마르니 컬렉션’ 제품들은 오전 10시40분께 품절 사태를 빚었다.

지난달 23일 론칭한 제일모직 ‘에잇세컨즈(8 seconds)’ 명동 매장 앞에서도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었다. 론칭한 지 수일이 지나고, 별다른 행사가 없는 날에도 고객들은 ‘기다려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패션계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를 막론하고 론칭 초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폭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일 줄을 설 만큼 인파가 몰리지는 않는다”면서 “일종의 전시효과다. 솔직히 의도된 부분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줄 세우기’는 실제로 반감보다는 애착을 불러일으켜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배타적인 마케팅’을 활용한 전략은 최근 ‘가치 소비’ 경향과 맞물려 패션업계 전반의 마케팅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선 “줄을 서 있는 상당수가 아르바이트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기다릴 만하다’는 가치 판단은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다.

<박동미 기자@Michan0821>/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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