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비밀과외(이병욱 지음/ FKI미디어)= 청년 실업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창업시장이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려면 관련 정보나 경영노하우가 부족해 성공하는게 만만치 않다. 오랫동안 기업과 공공기관 경영자문을 맡아온 저자는 경험에서 나온 정보와 조언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특히 사업성패의 관건이랄 사업아이템과 수익모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유망 업종 등은 체감도가 높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소개한 데 있다.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정보와 수집, 분석과 기업가치 계산, 사업계획서 작성, 회사 설립 절차 등 창업전에 해야 할 일, 사업전략과 자기관리 등 창업 전반을 꼼꼼하게 담았다.
▶행복한 아이들 시몬과 누라처럼(글 지은경 ㆍ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예담)= 아홉살 시몬과 여섯살 누라는 벨기에 교육도시 겐트에 살고 있다. 아빠는 생물학교수, 엄마는 사회복지사다. 여행과 모험을 즐기는 이 가족은 숲과 강이 놀이터이자 휴식처다. 아이들은 숲에서 나무 모으는 법, 잔가지로 불피우는 법, 동식물의 특성을 배운다. 집도 꿈꿀 수 있는 장소 중 하나. 아빠는 아이들을 위해 마당에 오두막을 짓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일상과 멀지 않다.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스스로 알아가는 식이다. 아이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저자가 시몬과 누라 가족과 함께 지낸 1년의 기록은 행복한 아이들, 즐거운 가정이란 게 어떤 건지 이상적 모델처럼 보인다.
▶여수의 사랑(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9번째 작품으로 등단 19년차를 맞는 소설가 한강의 1995년 작품이 꼽혔다. 한강은 이 책을 다시 내면서 이십대 “아무도 모르게 숨겨둔 사적인 경험”을 돌아보며 숨막힘을 느꼈다고 했다. 이 소설집의 인물들의 삶의 자리는 아픔이라는 말로 모자란다. 여수발 기차에 실려와 서울역에 버려진 자흔과 아내를 잃은 아버지가 자신과 동생을 데리고 동반 자살을 시도했던 정선(‘여수의 사랑’),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인규(‘질주’), 식물인간이 된 쌍둥이 동생의 삶까지 살아내야 하는 동걸(‘야간열차’)등 이들의 실체적 아픔은 근원적인 슬픔과 존재의 비극적 인식에 닿는다. 거기서 다시 출발하기라는 숙명이 ‘여수의 사랑’이 갖는 힘이다.
▶어느 백수의 노래(최영록 지음/부광)= 바야흐로 백수시대다. 백수라는 말엔 묘한 뉴앙스가 있다. 최근엔 자발적 의지, 저항의 기미마저 느껴진다. 저자 역시 1년여간 백수였다. 처절하게 자존심 상하고 눈치 보이고 자괴감에 빠진 시간이었다. 한편으론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된 수확도 있다. 백수 일기는 자유인으로 자칭하는 저자의 소소한 일상을 적어놓았다. 광화문 골목 골목 술집과 식당의 사연, 아들에게 전하는 읽어야 할 책들의 이야기, 백수의 월요병, 김광석의 노래에 얽힌 사연 등 개인의 일상사지만 시대를 공유한 보편적 공감과 정서가 있다. 졸업식 풍경, 토종 화이트데이 등 시간차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도 구수하다.
▶영화로 만나는 현대중국(곽수경 외 9인/산지니)= 중국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인생’은 1994년 칸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중국에선 오랫동안 상영금지영화였다. 한 가족사를 통해 40년대부터 문화대혁명, 사회주의신시기까지 격동의 중국현대사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역사속으로 이끌고 있기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중국이 보인다. 영화 ‘건국대업’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과정을, ‘티벳에서의 7년’은 소수민족과 중국과의 관계, ‘플랫폼’은 방황하는 젊은이를 통해 개혁개방의 윤곽을, ‘입춘’에서는 농민공 문제, ‘대지진’에선 인구문제가 떠오른다. 중국학 전공자들이 대중들의 중국이해를 돕기 위해 엄선한 작품들이라 재미와 감동은 당연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