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성을 끊고 분리ㆍ 개별화를 이뤄야 한다.”
이런 구절을 읽고서 자신의 의존성을 떨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노래를 부를 때 두성을 써야 한다지만 정작 두성을 어떻게 내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심리 치유에 관한 글들은 대개 ‘어떻게’ 부분에선 불친절하다.
‘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에 이은 소설가 김형경의 네 번째 심리 에세이 ‘만 가지 행동(사람풍경)’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삶의 변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통찰보다 ‘훈습’이다. 정신분석 과정을 몸에 배게 하여 치료에 성공하는 과정이 통찰보다 어렵고 더디다는 것이다.
저자는 훈습을 위한 첫 단계로 ‘하던 일 하지 않기’를 꼽는다. 유아기에 형성된 낡고 오래된 성격과 행동을 벗어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례로 인도 남부로 요가 여행을 떠났을 당시 ‘산 돌기 명상’에 참여한 경험을 소개한다. 수행이란 이름으로 노숙과 걸식을 감내하는 수행자들을 지켜보며 저자가 중얼거린 말은 “열심히 살지 않기”였다. 하지만 이는 나태한 삶을 의미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성실성이란 생존에 대한 불안감에서 나온 추진력”이며 일 중독이나 정보 강박 등 경쟁심과 소외감을 낳는 유아기의 나쁜 습관이란 것이다. 결국 ‘열심히 살지 않기’는 불안이나 결핍에 쫓길 때 스스로를 다스리는 일종의 주문이며 이를 통찰하며 중얼거릴 때마다 스스로를 얽매는 욕동을 서서히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의 분석은 메스처럼 차갑고 날카롭다기보다 위무하는 손길처럼 섬세하고 따스하다. 여행 등 삶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마음의 처방전이 상세하고 친절하다. 스스로 비전문가를 자처하며 몸을 낮추지만, 동서양의 종교와 문학을 넘나드는 해박함과 소설가다운 유려한 필치는 여타의 심리 에세이와 다르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김기훈 기자@fumbling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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