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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의 나폴리’ 쪽빛 바다에 취하다
도로 따라 펼쳐진 통영의 리아스식 해안 탄성 절로…526개 빼어난 섬 풍광 앞에 ‘무릉도원’ 착각도…
당포해전·한산대첩 전망대 등
발길 닿는 곳곳이
선조의 혼·땀 서린 문화현장

국내 최장길이
한려수도 케이블카
맑은날엔 대마도까지 보여

장사도 동백숲 터널
절벽 부딪치는 파도소리에
시공초월한 색다른 경험도


바다가 보였다 사라진다. 아쉬운 마음이 밀려오는 찰나, 바다가 다시 나타난다. 그런데 이내 또 모습을 감춘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며 고즈넉한 어촌 풍경을 감상하려 했건만, 쉬운 일이 아니다. 들쭉날쭉한 ‘리아스식’ 해안이다. 이럴 땐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제격이다. 바다 가까이 자전거도로가 잘 뻗어 있다. 그래도 아쉽다 싶으면 운하 인근에 밀집해 있는 아무 가게나 들어간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나는 횟집도 좋고, 은은한 커피향이 나는 다방도 좋다. 쪽빛 바다에 한가로이 떠 있는 조개잡이 배들을 감상하며 뭍에서 달고 온 시름을 잊는다. 감히 단언하건데, 나폴리보다 아름답다. 우리 남쪽 바다, 통영이다. 

통영이 고향인 고(故) 박경리 작가는‘ 김약국의 딸들’에서 이 지역을‘ 조선의 나폴리’라고 묘사했다. 항로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지형도 비슷하지만, 연중 온화한 날씨와 맑고 푸른 바닷빛이 더욱 닮았다. 통영의 들쭉날쭉한 리아스식 해안을 탐방하기에는 자동차보다는 자전거가 훨씬 편리하다.                                                                                                     [사진제공=통영시 관광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통영, 여기가 천국= 통영이 고향인 고(故) 박경리 작가는 ‘김약국의 딸들’에서 이 지역을 ‘조선의 나폴리’라고 묘사했다. 항로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지형도 비슷하지만, 연중 온화한 날씨와 맑고 푸른 바닷빛이 더욱 닮았다.

하지만 이탈리아에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통영이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한 크고 작은 섬이 526개나 되는 곳. 어디서부터 봐야 할까.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많은 통영을 제대로 즐기는 법은 오래 머무르는 것뿐. 여건이 안 되면 다음을 기약하고 선택과 집중을 한다.

한눈에 통영시와 한려 해상이 내려다보이는 케이블카는 필수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섬 하나를 정한다. 섬은 날씨에 따라 입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니 그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2008년 해발 461m의 미륵산에 설치된 국내 최장(1975m)의 한려수도 케이블카는 맑은 날엔 일본의 대마도까지 보일 정도로 그림 같은 조망권을 자랑한다. 상부 정류장에 도착하면 약 500m의 산책로가 미륵산 정상까지 펼쳐진다. 미륵산 전망대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펼쳐지는 섬과 바다의 어우러짐을 보고 있으면, 왜 통영을 나폴리와 비견되는 항구로 꼽았는지 실감이 난다.

당포해전 전망대, 통영상륙작전 전망대, 한산대첩 전망대, 박경리 묘소 전망 쉼터 등 미륵산 정산 곳곳에 위치한 탐방명소의 이름만 잘 살펴보아도 통영의 역사와 문화까지 아우를 수 있다. 


▶하늘에서 봤던 그 기다란 섬, 장사도= 바다를 바라보고 섰는데, 나뭇가지에 스미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동백나무 터널 속을 거닐며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듣는다. 지난달 개장한 장사도 해상공원 ‘카멜리아(Camelia)’에 가면 배경과 배경음이 뒤바뀌는 오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다를 스쳐오는 바람과 숲을 스치는 바람이 뒤엉켜 어느 순간 시공을 초월한 음색을 만들어낸다.

장사도는 본래 기다란 섬의 형상이 누에를 닮았다고 해서 누에의 경상도 사투리인 ‘뉘비’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후에 한자를 써 ‘잠사도(蠶砂島)’라 불렸는데, 한자가 어렵다는 이유로 다시 장사도(長蛇島)로 굳어졌다.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하는 장사도는 총면적 390㎡, 해발 108m의 작은 섬으로 10만여 그루의 동백나무, 후박나무 그리고 구실잣밤나무가 자라고 천연기념물 팔색조, 동박새 등이 서식하고 있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장사도 분교와 작은 교회, 그리고 14채의 민가 등 기존 주민의 생활 터전이었던 모든 것을 그대로 공원 조성에 반영했다. 자연친화적 해상공원의 탄생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수많은 섬이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 장사도가 특별한 이유는 소매물도, 대매물도, 굴비도, 소지도 등 통영의 수려한 섬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공원 자체 조경도 훌륭하지만 ‘다도전망대’에서 수평으로 보이는 섬들의 모습은 한려해상케이블카를 타고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사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거제도와 더 가깝다는 점도 재미있다. 통영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왕복 2만1000원, 거제항에서 출발하면 1만6000원이다. 통영과 거제도는 서로 유람선도 왕래하지 않을 만큼 민감한 행정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기와 물 공급 등 시설 개발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장사도에는 현재 거제도 소속 유람선이 들어오고 있다. 


▶국내 최고 인기 여행지, 쉴 틈 없는 통영=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대한민국의 숨은 볼거리, 먹을거리를 찾아낸 성과에 대해선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개되는 명소마다 몰려오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통영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황은 심각했다. 통영의 인기 섬 중 하나인 소매물도는 한 주에 400~500명이었던 방문객이 방송 이후 4000~5000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통영시 관광과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인원을 받아들일 시설이 없는 작은 섬이다. 이런 식이면 섬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입도 제한을 하기엔 법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인기가 많다 보니 성수기엔 숙소 잡는 일도 만만치 않다. 호텔ㆍ펜션 등 비교적 숙박시설이 잘 갖춰진 통영이지만, 운하를 낀 조망권에서 묵고 싶다면 한두 달 전에 예약을 해도 전혀 빠른 편이 아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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