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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짝’ 엄마의 역습…“이런 일방적 저울질”
‘엄마의 역습’이다. ‘짝’의 애정촌을 방문한 청춘남녀들의 만남에 이젠 부모까지 개입했다. ‘엄마의 판단’이 곧 ‘나의 결정’이 되는 아슬아슬한 면접시간이 된 것이다.

‘짝’ 23기들이 애정촌에 모인지 닷새차. 이날 8일 방송분에서 여자1호는 특별한 제안을 한다.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분은 나의 어머니를 만나달라는 것.

여자1호의 생각을 거슬러가보면 다음과 같다.

애정촌에서의 일주일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데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까. 수년을 알아도 속을 낱낱이 알 수 없는 것이 그 사람의 본모습이다. 우리가 아무리 관찰자의 입장에 선다 해도 진정한 ‘짝’을 찾기 위한 첫 걸음을 딛기엔 화학조미료같은 두려움과 오해의 순간들이 장애물로 놓인다. 거기에 미래를 위한 보험처럼 염두하게 되는 배우자의 현실적 조건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알아도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그러니 이 사람의 본모습을 보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도대체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까지 와있는지를 보고싶다. 이것은 현실이니까. 부모님이라면 나를 위해 (이런 것들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 여자 1호의 생각이다.

여자1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남자 4호와 5호였다.

첫 만남, 이제 엄마는 딸을 위해 남자들의 검증에 나선다. 딸은 엄마의 입을 통해 자기가 궁금한 것을 대신 묻고 있었다.



물론 엄마는 인자한 표정으로 두 명의 훈남을 맞았으나 이 자리는 가히 여느 취업자리의 면접 못지 않았다. 남자4호는 자신의 스펙을 줄줄이 말하기 시작했다. 부산 출생, 미국 시애틀 거주, 워싱턴대 수학과ㆍ해양물리학과 전공, 미국 보잉사 787기 담당 부서 근무 중. 남자5호의 스펙은 이렇다. 서울 잠실 신천 헤어살롱 근무 중.

간단한 스펙을 파악한 여자1호의 엄마는 본격적인 면접에 돌입했다. 수첩을 꺼내 이미 적어온 질문을 말하는데 거기에는 가족, 학교, 경제력 등 개인신상에 관한 것이 포함됐다.

그 가운데 여자1호의 엄마는 남자4호에게 “워싱턴대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대학 수준이냐”고 물었고 이에 남자4호는 “UCLA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경제력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으며 면접시간은 끝이 났다.

엄마의 판단은 “남자4호는 사람이 수재 같고 진중한 면이 있다”는 것, “남자5호는 성격이 즐거운 부분이 느껴지고 저 나이에 저 정도면 ‘자수성가 수준’”이라는 것.

여자1호 엄마와의 면접시간을 마친 남자4호와 5호는 이 상황을 굳이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남자4호는 “이런 기회가 올지 몰랐다. 오히려 어머니를 뵌게 많은 도움이 됐다. 어머니가 참 좋으신 분 같다”고 전하면서도 “여자1호는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른 것 같다. 경제력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호감도가 좀 떨어졌다”면서 마음을 돌렸고 여자1호는 ‘자수성가 수준’의 경제력을 지녔다는 남자5호와 커플을 이루며 방송을 마쳤다.

이 광경을 놓치지 않고 지켜본 시청자들의 눈에는 엄마의 면접이 그리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한 시청자는 프로그램 게시판을 통해 “여자1호는 자기가 물어보고 싶은 걸 엄마 입을 빌어 물어본 건 아닌지. 내 엄마가 사위감 앉혀놓고 저런 걸 물어본다면 세상 살기 싫어질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요즘 세상이 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조건을 더 따지는 걸 보면 이해는 가지만 TV에 출연해서까지 저런 모습을 보이니 좀 씁쓸하다”는 반응을 전했다. 말이 좋아 ‘짝’을 찾기 위한 과정이지 결국 개인의 학벌, 외모, 경제력을 우위에 두고 상대를 찾고 있는 모습에 대한 씁쓸함이었다. 또 다른 시청자 역시 “남녀간의 사랑을 찾고자 만든 프로그램의 의도를 정면으로 뭉개버리고 제3자로 하여금 사랑을 찾기도 전에 출연자들을 수치화시켜 일방적으로 저울질했다. ‘짝’이라는 프로그램에서만큼은 절대로 피해야 했고, 벌어져서는 안될 상황이었다. 부모님이 와서 저울질을 하다니 (프로그램에) 실망했다”며 언짢아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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