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가 없는 무대는 생각할 수 없는 이은결. “앵무새 수명이 평균 80살에요. 가지가 지금 9살이니까 같이 살날이 많이 남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농담처럼 던지는 그의 말에는 싸가지를 향한 애정이 짙게 묻어있다.
▶핑거발레는 15년 노력의 결정체, ‘손의 날’ 지정하고파…
화려한 손기술은 마술에서 빠질 수 없다. 고이 모셔야 할 손이지만 마술하는 사람의 손은 온통 영광의 상처로 가득하다. 특히 ‘더 일루션’ 공연에서 이은결이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선보이는 ‘핑거발레’에는 그의 15년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그는 ‘손의 날’을 지정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마술을 시작한 뒤 단 하루도 쉰 적 없는 ‘고된 손’에게 의미있는 휴식을 주고 싶어서다. 몇월 며칠이 좋겠냐고 묻자 “10월 10일쯤요?”라고 대답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의 손가락 10개를 상징한다며 웃어보였다. 모델은 다리 보험에 가입하고, 피아니스트 중에는 손 보험을 든 사람도 있다는데 ‘손의 날’ 지정 정도야 고생하는 손을 위한 애교있는 성의 표시가 아닐까.
▶모든 아이디어 다 적어놓은 상상노트, 나만의 ‘비밀병기’
이은결은 무대마술만 10년 넘게 해왔다. 이쯤 되니 ‘무대 위에서 시도 안 해본 것이 더 있겠나’ 싶지만 그는 아직 무대 위에서 피어나지 못한 채 노트에 남아있는 아이디어가 무척 많다고 했다. 이은결은 “방송에서는 아직까지는 클래식한 마술쇼만 선호하는 경향이 있죠. 방송에 적합한 마술무대도 이미 구상해놓은 것이 있어요. 만약 누군가가 방송 마술에 대해 제대로 브리핑할 시간을 준다면 상대가 누구든 설득할 자신있어요”라고 말했다. 수시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글로, 그림으로 스케치해놓은 그의 상상노트는 이은결표 무대의 비밀병기다.
황유진 기자 /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