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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단순 치료보단 의료기술 전파”
한국판 ‘슈바이처’ 고대 안암병원 박관태 교수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 가르쳐야”

阿·남미등 20여개국 오가며 인술 펼쳐


“꼬맹이들에게 의족을 신겨줬더니 목발을 집어던지고 축구공을 차면서 뛰어노는 걸 보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고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박관태(43ㆍ사진) 교수는 지진 피해지역 아이티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기억을 떠오르자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당시 박 교수는 사재를 털고 주변의 도움으로 어렵게 구한 3000만원으로 7명분의 의족을 구입해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되면서 손과 발이 잘려나간 거리의 고아들이었다.

박 교수는 국내 의료계에선 장기이식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이자 해외 의료봉사활동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는 2001년 몽골에서 대체복무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의료봉사를 한 것을 시작으로 10여년째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거리로 따지면 1년에 지구를 두 바퀴 이상 도는 일도 많다. 아프리카 오지마을에서, 남미의 험난한 산악지역까지 그의 의술이 닿은 곳만 20여개국이 넘는다. 


그의 의료봉사는 남들과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약을 주고 기초적인 치료를 하는 건강진료 수준의 봉사가 아닌, 난이도 높은 중증 질환자 수술법을 현지 의사에게 전파하는 교육에 집중한다. 또 복강경(내시경을 통해 복부 수술을 하는 기구) 수술법 등 최신 의료기술을 전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교수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며 “현지 의사들이 난이도 높은 중증 수술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세미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골이 복강경을 도입하게 된 것도 박 교수의 도움에서 시작됐다. 몽골국립의대 외과 주임교수가 박 교수에게 수술법을 배운 후 각 지역 의사들은 그의 제자가 됐다. 덕분에 그는 몽골 초대 복강경학회장을 지냈다.

박 교수는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복강경을 구입하느라 사재를 많이 털었다. 한국인 의사들이 해외 의료봉사를 하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7개국의 한국계 병원에 복강경을 기증하고 시술법을 전수했다.

사재를 쓰는 데는 한계가 있어 요즘에는 뜻을 같이하는 선ㆍ후배와 작은 NGO 단체를 설립해 십시일반 모은 기금으로 각종 수술비용 등을 충당하고 있다.

10여년간 전 세계를 발로 뛰다보니 잊지 못할 기억도 많다. 2001년 아이티 지진사태 당시 긴급구호 현장에선 외과의사인 그가 산부인과의사인 아내에게 국제전화로 제왕절개수술법을 배워가며 아기를 받았다. 마땅한 산부인과 의사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내가 수술을 총괄했고 마취는 독일인 의사가, 아기를 받는 것은 미국인 간호사가 하는 등 ‘국제적인’ 협력으로 수술을 했다”며 “아기가 나오자 이를 지켜보던 각국 의사들이 입을 모아 ‘브라보’를 외쳤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행복이란 돈이나 지위가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내 인생 후반기에는 몽골에 장기이식센터를 세워 봉사에 전념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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