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목숨을 걸고 생명보험을 여러 개 가입한 여성이, 가족과 연락 없이 지내는 다른 여성을 유인하여 죽이고, 병원으로 가서 죽은 시체의 인적사항을 자신을 것으로 위장하여 화장을 해버린 것이죠. 즉 자신이 죽은 것으로 위장하여 보험금을 타내려다가 잡힌 사건입니다.
문제는, ‘시신이 없는데도 살인죄 인정이 가능한가?’라는 것인데요. 시신이 없이도 살인죄 인정이 가능합니다. 이전에 시신을 토막 내고 믹서기로 갈아서 끓인 후 여기 저기 버려서 없앤 사건이 있었는데요. 시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인죄가 인정된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건도 1심에서는 살인죄를 인정했었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 뒤집혀 살인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죠.
형사사건에서 범행과 직접 관련된 증거를 ‘직접증거’라 하는데, 예를 들면 시신, 살해도구, 살해 장면을 본 목격자, 살인행위에 대한 자백 등이 바로 직접증거입니다. 이와 달리, 살인의 동기, 살인행위 전후의 행적, 살인행위가 아니라 도망가는 것을 본 목격자 등은 ‘간접증거’라고 합니다. 물론 직접증거가 강력한 증거에 해당하고, 대부분 사건은 직접 증거와 간접증거가 모두 존재하고 이를 근거로 판사가 유무죄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의 특이한 점은 직접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고, 검사가 공소장에서 살인행위를 특정해야 하는데,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라고 특정했을 정도로 ‘언제, 어떻게, 어디서 죽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던 사건이었습니다. 화장을 하고 한참 지나서 범인이 검거되었기 때문이죠. 살해 방법을 밝히기 위한 부검을 못한 것입니다.
2심 판결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과체중이었고 사회적,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흡연자이고 여러 치료약을 복용한 경력 등등이 있었다. 따라서,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 또는 급성 돌연사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민사소송보다 형사의 유무죄 판단은 더 엄격해야 하고, 그 형사소송 중에서도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한 살인죄의 경우에는 유죄인정에 더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사건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이 사건처럼 죽은 채로 병원에 도착하면 D.O.A(Death on arrival)라 하고, 이런 경우 변사자로 처리되어 부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되어 있는데,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죠. 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하기 전, 사망자의 신원확인을 하는 이 순간이 피해자의 유족들에게는 어쩌면 가족의 시신이라도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을텐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 갔습니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법정신과 ‘범인필벌’의 법정신 사이에서 대법관들의 무거운 고민과 고뇌에 찬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