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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프로골퍼와 가족의 힘
지난주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마야코바 클래식 대회에서 22세의 재미교포 존 허(한국명 허찬수)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연장 8차전까지 치러진 명승부였다. PGA투어 사상 두 번째로 긴 연장전 타이 기록을 세웠다. 또 우승 후 가족사가 팬들에게 전해져 더욱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우승하기까지 녹록지 않은 가정형편, 아들의 골프백을 매야 하는 캐디 아버지의 고뇌, 형제의 암묵적 희생, 이민자로서 제도권 진입의 고충…. 하지만 당당하고 거침없는 존 허의 인터뷰는 이미 그의 밝은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실은 그에게 몇 가지 행운이 따랐다. 14세 때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불과 8년 만에 미 PGA 우승을 일궈냈다는 점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앞으로 그의 상품가치가 상당히 높아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미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을 때 그의 성적은 27위였다. 즉 풀시드권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상위 입상자 2명이 다른 자격으로 PGA 입성하게 되면서 대기자였던 그에게 행운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됐다. 드라마 소재가 될 만한 극적인 장면이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행운은 아들의 자질을 정확히 진단하고 지원한 아버지와, 희생을 감내한 가족이 핵심 키워드다.

한 명의 프로골퍼가 탄생되려면 선수의 노력은 기본이며, 최소 5년간 3억원은 투자돼야 가능한 일이다. 가정형편이 좋은 골퍼가 아니라면 늘 비용이 문제다. 경비를 해결하는 데는 언제나 가족의 힘이 발휘되곤 한다. 지나간 일이지만 신지애 선수만큼 더 아픈 사연이 있을까 싶다. 교통사고로 그토록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그 사망보험금을 연습비용으로 충당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 말이다.

그런가 하면 한 번도 우승을 못해 보고, 쓸쓸히 꿈의 무대에서 내려오는 골퍼들이 있다. 당사자의 긴 방황은 어느덧 시작되고, 다양한 색깔로 아픔이 표출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더러 가족의 아픈 상처로 자리잡곤 한다. 하지만 가족의 힘에 의해 ‘골프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즐기는 스포츠’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인생 제2막을 시작하게 된다. 이렇듯 골프는 개인 스포츠이기에 선수에게 가족의 힘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는 큰 재산이 된다. 미국 투어 프로를 꿈꾸는 자들이여! 기적을 바라지 말고 가족의 힘을 믿자.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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