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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정의를 바라보는 두 관점...철학과 현실 사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일으킨 물음은 시간이 가면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깊어지는 양상이다. 시장경제를 이끌어온 무한경쟁이 낳은 소득불균형과 양극화, 피로감 등이 기업활동과 공공복지, 교육, 환경 등 전반에 걸쳐 ‘다시 보기’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주 출간된 샌델 교수의 ‘정의의 한계’(멜론)와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의 ‘시장은 정의로운가’(김영사)는 정의에 대한 근본적 인식과 사회적 관계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샌델 교수의 ‘정의의 한계’는 대중서인 ‘정의란 무엇인가’에 담아내지 못한 정의의 원칙, 정의와 자유, 평등의 관계를 비로소 보여준다.

샌델의 정의론은 형이상학적 세계에서 떠돌던 철학을 현실로 끌어내린 혁신적인 정치 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정의의 한계’는 롤스의 정의론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롤스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 보편적 가치로서의 평등을 제시한다. 이런 원초적인 도덕적 관점에서 정의는 개인의 가치보다 우선한다. 샌델은 이런 초개인적인 단일적 보편성을 거부한다. 이런 초월적 주체 대신 현실에 발을 디딘 자아를 정치적 주체로 본 것이다. 샌델의 정치적 주체는 어떤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선택을 하는 개인이다. 삶의 과정 속에서 자기 이해를 충족하면서 공동선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샌델은 정의의 우선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정의와 선의 관계 속에서 도덕적 주체의 위상을 문제 삼는다. 정의는 선과 완전히 떨어진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단 정의 원칙이 선택되면 그 원칙은 일상생활의 좋은 삶, 선과 합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샌델은 정치에서 도덕의 역할, 정치와 도덕의 상관관계에도 주목한다. 인간에게 정치는 삶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샌델은 본다. 삶 자체가 자기 정체성의 터전이라는 점,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려면 정치 영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은 바로 이런 사실을 간과한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성장 위주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항해 평등사회 건설이란 꿈을 키웠지만 개인의 삶과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게 샌델의 비판의 핵심이다.

샌델에 따르면 특정시대, 장소에 속한 개인은 각자의 선택을 통해서만 자기 정체성과 집단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도덕적 관점이 충돌하는 정치활동에 객관적인 기준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해 보이지만 인간의 삶과 뗄 수 없다는 것이다.

샌델은 국내엔 공동체주의의 대표적 논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스스로 자유주의자라고 천명한 적이 있다. 굳이 말하자면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라는 것.

이정전 교수의 ‘시장은 자유로운가’는 철학적 물음보다 정의의 관점에서 시장을 깊이있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정의의 논점을 넓혀준다.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은 공정한가, 기회균등은 누구에게나 항상 공평한가, 시장은 과연 상과 벌을 제대로 정확하게 주는가 등 자본시장을 움직여온 논리에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이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의 자발적 합의와 관련,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음을 지적한다. 과연 사람들이 그렇게 합리적인가, 자발적 합의에 참여한 사람 사이의 관계, 이들의 합의가 엉뚱한 제3자에게 끼칠 불의의 피해 등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이익도 원만하게 양쪽이 합의했다고 정의로운 건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을 움직여온 성과주의도 공정한가에 대해 의문을 피해갈 수 없다.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척도란 없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의 금융 붕괴를 초래한 성과주의에 변명의 여지는 없다.

고학력 청년실업을 보는 관점, 노동시장에서의 선택의 자유, 부자 증세 논쟁과 수출 낙수 효과, 대기업의 골목상권과 최후 통첩 게임 등 우리 현안을 시장의 정의의 관점에서 낱낱이 해부했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의 중심에 선 현안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 갈등의 좌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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