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여행가인 에른스트 폰 헤세 바르텍이 1894년 여름, 조선을 다녀가 이듬해 독일에서 출간한 여행기가 ‘조선, 1894년, 여름’(책과함께)으로 번역, 출간됐다.
서양인의 눈으로 본 개항기 조선의 사회ㆍ문화 보고서로 서울을 직접 발로 누빈 노력과 통찰이 남다르다. 6월 말 부산에 도착한 그에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비교적 깔끔하게 정비된 일본인 거주지였다. 하지만 이곳을 벗어나자마자 조선의 쇠락한 모습을 여기저기서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초라하지만 중국인과 일본인과는 다른 조선인의 남다른 조건을 눈여겨본다. 특히 일본인과는 달리 건강하고 장대한 체격을 가진 해녀에 대한 찬탄, 홍수가 지는 계절 다리를 허는 독특한 풍습, 땅 구석구석을 경작하는 근면한 땅에 대한 묘사는 외부에 소개된 몇몇 자료의 무심과 악평을 일거에 뒤집기에 충분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