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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정종미,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
채색화 작업을 하는 정종미 작가(55. 고려대 교수)가 서울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다.
한국 여성의 은근한 아름다움을 한지와 천연염료 등으로 표현한 ’종이부인’ 연작을 선보여온 작가는 이번에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보자기 부인’이라는 타이틀로 근작및 신작 등 25점을 선보인다.

특히 ‘조각보를 위한 진혼곡’(5x5x 20m)이라는 이름의 설치 작업이 눈길을 끈다. 한지 중에서도 두께가 가장 얇은 박지를 염색하고, 매듭을 만들어 길게 늘어뜨린 이 작업은 오방색 종이가 천정에서 바닥까지 장엄하게 늘어져 거대한 종이파도를 연상케 한다. 우리의 역사를 이어온 모태이자, 헌신의 총아인 여성에 대한 일종의 살풀이인 셈이다.
"이번 설치작업은 우리 역사 속에서 별반 조명을 받지 못했던 어머니들을 비롯해 이 땅의 모든 여성의 한을 풀어주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일종의 제례의식입니다. 여성에 대한 헌사이죠. 다른 평면작업들도 같은 맥락의 작업들이고요.”



정종미 작가는 우리의 자연색을 비롯한 전통재료를 연구하고,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종이에 대한 연구와 실험도 계속해오고 있다. 그는 옛 여인들이 남긴 전통보자기와 조각보, 자수에서 한국의 오묘한 색과 여성성을 발견하곤 한다고 밝혔다.
작가는 “제가 추구하는 여성성은 ’모성’에 가까운 여성성입니다. 묵묵히 헌신하고, 남을 품는 그런 성정이죠. 전시를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불화작업을 해봤는데, 여성이 지닌 성정 중 포용력, 배려에서 불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심 지하철이나 버스, 시장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한국 여성의 얼굴을 수월관음도 등의 고려불화 속에 새롭게 대비시켰다.



전시에는 보자기의 색채와 구성을 현대화시켜 기존 연작인 ‘종이부인’에 대입한 ‘보자기 부인’과 혜원 신윤복의 걸작 ’미인도’를 패러디한 ‘사미인곡’, 고려불화에 나타나는 불심(佛心)을 여성의 그것으로 대치시킨 ‘오색 보살’ 등이 출품됐다. 작가는 서울대 미대 회화과, 대학원(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뉴욕 파슨스스쿨 등에서 수학했으며 금호미술관, 조선일보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이 17번째 개인전. 전시는 3월10일까지. 02-732-4677.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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