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엘리자베스 테일러·휘트니 휴스턴 애장품 인기…같은 그림이라도 유명 보유자 이름값 더하면 가격 천정부지로 치솟아
리처드 버튼이 선물한 4300만원대 목걸이 136억원에33캐럿 다이아반지는 이랜드그룹 101억에 낙찰받아
휴스턴 영화‘ 보디가드’ 출연 의상 내달 경매에
열혈팬들“ 비싼값 주더라도 고인 숨결 느끼고파”
살아있는 스타들 또한 경매사들의 관심 대상
엘튼 존·브래드 피트 등도 알아주는‘ A급 컬렉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스타는 화제의 경매 아이템을 남긴다.”
예전 같으면 스타는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지만, 요즘은 뜨거운 경합을 이룰 ‘경매물품’을 남기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스타들이 남긴 그림이며 조각, 보석, 의상, 가구 등은 대중에게 큰 화제를 모으며 열띤 경합 끝에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최근 숨진 ‘팝의 여왕’ 휘트니 휴스턴이다. 그의 장례식이 치러진 게 지난 18일(현지시간)인데, 바로 이튿날 ‘의상과 보석류를 경매에 부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유명인사들이 소장했던 물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경매사 대런 줄리언은 19일 “휴스턴이 영화 ‘보디가드’에 출연할 때 착용했던 귀고리와 의상, 롱드레스를 오는 3월 31일~4월 1일 경매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아직도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데 유품이 너무 빨리 경매에 나온 것 아니냐”고 비난한다. 그러나 대런 줄리언은 “역사의 일부가 된 스타의 물품은 그들의 삶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맞서고 있다.
휴스턴의 롱드레스는 1000달러, 인조 진주귀고리는 600달러, 상의는 400달러로 평가됐으나 경매회사는 ‘휴스턴의 명성과 인기를 감안할 때 추정가보다 훨씬 높게 팔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정가는 원가를 따져 매긴 것으로, 그를 애도하는 열혈 팬 중에는 “얼마를 주더라도 꼭 수집해 고인의 숨결을 느끼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스타의 아우라가 경매가를 부추긴다?= 실제로 유명 배우와 가수, 디자이너, 명사가 수집했던 그림과 보석, 애장품은 경매에서 고가에 팔려나가고 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천재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남긴 인상파 회화와 골동품은 사후(死後) 경매에서 무려 4억838만달러(한화 약 5431억원)에 팔리며 ‘대박’을 냈다. 이 같은 금액은 단일 인물(스타 및 명사)이 남긴 유품 경매로는 역대 최대 금액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남긴 1800여점에 이르는 소장품 역시 열띤 경합을 이뤘다. 워낙 다이아몬드와 보석류를 좋아했고, 의상이며 그림도 최고 명품만 고집했기에 테일러의 소장품은 총 1억8350만달러(약 206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경매액을 달성했다.
특히 테일러가 리처드 버튼으로부터 받은 진주목걸이는 무려 1184만2500달러(약 136억원)에 팔렸다. 버튼은 이 목걸이를 1969년 3만7000달러(약 4300만원)에 낙찰받아 연인에게 선물했다. ‘리즈 다이아몬드’로 불렸던 33캐럿짜리 반지는 이랜드그룹이 881만8500달러(약 101억원)에 낙찰받기도 했다.
테일러가 소장했던 미술품 또한 런던 크리스티에서 지난 7, 8일 진행된 ‘인상파 및 현대미술 경매’에서 여타 출품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크리스티 관계자는 “다른 아이템들은 추정가 범위, 또는 약간 높은 수준에서 낙찰됐으나 리즈가 소장했던 반 고흐, 르느아르, 드가, 미로 작품은 추정가의 2~3배에 낙찰돼 ‘스타의 지명도’가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경매시장에서도 ‘스타의 이름값’은 큰 역할을 한다. 같은 그림이라도 스타가 갖고 있으면 그 명성이 더해져 작품 값이 천정부지로 뛴다. 좋은 작품이면서 ‘세계적인 스타가 늘 곁에 두고 감상했던 그림’이란 이력이 붙으면 그냥 ‘아무개 부자가 보유했던 그림’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 하며 그 가치가 천양지차가 된다.
실제로 테일러가 소장했던 반 고흐의 ‘생레미 성당’은 추정가가 500만~700만파운드였지만 1010만파운드에 팔렸다. 테일러는 당초 이 작품을 25만7600달러에 구입했으니 65배나 뛴 셈이다.
또 테일러가 생전에 즐겨 사용했던 루이비통 여행가방 세트는 가장자리가 마모될 정도 닳았음에도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크리스티 서울사무소의 배혜경 소장은 “경매시장에서 스타라든가 유명인사들의 명성은 일반이 예상하는 것 이상의 프리미엄을 형성할 때가 많다”며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메이저리그 강타자’ 조 디마지오로부터 받은 결혼반지는 불과 3000달러짜리였으나 경매에서 자그마치 77만달러에 낙찰된 게 좋은 예”라고 전했다.
먼로가 존 F. 케네디의 생일파티 때 입었던 드레스 역시 1만달러였던 추정가의 100배가 넘는 126만달러에 팔린 바 있다.
지난해 3월 타계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소장품(1800여점) 경매는 총 2060억원의 낙찰액을 기록했다. 왼쪽부터 경합을 이뤘던 반고흐의 그림, 루이비통 가방. |
▶살아있는 스타들도 경매사들의 표적?= 살아있는 스타들 또한 경매사들의 관심대상이다. 가수이자 작곡가인 엘튼 존은 대표적인 관리대상이다. ‘수집계의 제왕’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아이템을 광적으로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래드 피트, 휴 그랜트 또한 미술시장에서 알아주는 A급 컬렉터다. 휴 그랜트는 2001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38억원에 샀던 앤디 워홀의 ‘리즈’라는 작품을 6년 후 뉴욕 크리스티에 내놓아 200억원대의 차익을 실현한 바 있다. 요즘도 그는 그림을 열심히 모은다.
이 밖에 마돈나와 스팅 또한 현대미술 수집가여서 경매사들의 ‘관리대상 인사’로 올라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