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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이 낳은 선물, 저작권은 혁신 파괴자?
지적재산권 과도한 보호

창의성 압박 수단으로

그 자신에도 ‘부메랑’


무조건 통제·개방 아닌

적절한 균형 시스템 필요


최근 음악저작권협회가 영화제작 당시 지불하는 음악사용료 이외에 상영 시에도 저작권료를 내라며 극장 대표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는 일이 생겼다. 

이와 비슷한 일이 미국 영화계에서도 벌어진 적이 있다.

SF영화 ‘12 몽키즈’는 개봉 28일 만에 법정으로부터 상영금지명령을 받았다. 한 예술가가 영화에 나오는 의자 하나가 자신이 디자인한 작품의 스케치와 비슷하다고 주장한 때문이다. 영화 ‘배트맨 3:포에버’도 같은 처지에 놓였다. 배트맨이 모는 차가 통과한 한 정원의 설계자가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개봉할 수 없다고 소송을 건 것이다.

로런스 레식 스탠포드대 로스쿨 교수는 10여년 전에 이런 현상을 가장 먼저 우려한 이다. 지적재산권이 상식선을 넘어 자연스런 관행의 영역까지 틈입해 들어오면서 법적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법학자이자 저작권법 확대 금지와 무선주파수 스펙트럼 공유를 주장하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한 레식 교수는 ‘아이디어의 미래’(민음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어나간다.

그는 인터넷이 생기던 때, 초기 가치인 혁신과 창의성이 지적재산권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특허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유재산과 공공재 사이의 균형이다.

레식 교수는 ‘적절한 균형을 갖춘 저작권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무조건 통제해야 한다거나 무조건 자유로워야 한다거나 하는 흑백논리가 아니라 통제할 것과 통제하면 안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가령 언어나 지식 등의 비경쟁성 자원은 흔히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공유재의 비극’을 초래하지 않는다. 저자가 책 전체를 통해 입증해내려는 점도 바로 공유자원이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인터넷은 그렇다.

레식 교수는 “인터넷은 규범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독특한 기술적 구조를 통해서도 혁신이라는 공유재를 만들어 낸다. 그런 규범과 구조로 이뤄진 인터넷은 창의성이 꽃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우리는 공유재의 잠재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터넷 그 자체가 공유재인지도 알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시스템이 초기 의도와 달리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 공간으로 바뀌었는지 그는 커뮤니케이션 층위별로 일일이 보여준다. 즉 케이블이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컴퓨터는 정부나 개인이 소유하고 있고, 콘텐츠 레이어도 대부분 재산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또 컴퓨터 코드도 과거엔 자유로웠지만 그렇지 못하다.

“리눅스 개발에 리누스 토발즈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알란 콕스는 오픈 코드의 가치를 공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컴퓨터 시대의 가장 큰 도약은 지적재산권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니라 지적재산권이 걸림돌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이뤄졌다”(본문 중)

애초 연결성만 목표로 자유로운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가능한 자유공간으로 설계됨으로써 혁신을 주도해 온 인터넷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공유자산의 가치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나간다.

가령 디즈니의 많은 작품은 공공의 영역으로 넘어간 옛날이야기를 이용해 거액을 벌어들인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이 디즈니의 작품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없도록 돼 있다. 가장 유용한 콘텐츠는 계속 통제를 받아야 하겠지만 일부 콘텐츠는 공유재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과도한 지적재산권 보호는 원저작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저작물이 인기가 없고 사용자가 없을 경우, 돈을 내고 사용할 정도는 아니라고 여긴다면, 굳이 130년씩 보호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보다는 일정기간 후 퍼블릭 도메인(공공자산으로 귀속된 저작물의 영역)으로 넘기면 누군가 자유롭게 가져다 쓰면서 또 다른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레식 교수의 주장은 모든 걸 사유화하는 걸 당연시해 온 자본주의 태생들에게 새로운 눈을 틔워준다.

“역설적인듯 하지만 저작권 보호가 없는 것이 저자에게 손해가 되는 동시에 이익도 된다. 창의적인 작품은 창작과정에서 인풋도 되고 아웃풋도 되기때문이다. 인풋에서 비용이 올라가면 아웃풋이 줄어든다.”는 저자의 말은 곰곰이 새겨볼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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