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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각화·마케팅·미래투자 ‘3無의 위기’
‘도미노 파산위기’ 중소 조선사 들여다보니
안정 수익보장 케미컬탱커 안주
신기술 투자확대 대형사와 대조
채권단 긴급 자금수혈도 난색
삼호 파산계기로 업계 불안 확산

기업의 선제적 미래투자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파산 상태에 이른 중소조선사들이 반면교사의 사례로 주목을 끌고 있다. 

16일 채권은행단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표 중소 조선사였던 삼호조선이 최근 파산 처리되면서 중소 조선업계에 제2, 제3의 삼호조선 출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악의 위기상황에 처한 중소 조선사들은 삼호조선을 포함해 21세기조선, 신아SB(구 SLS조선) 등 3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신규 수주 물량이 없고 잔량도 올해 상반기면 끝이 난다.

이런 가운데 파산 위기에 몰린 이들 조선사들에서 이른바 ‘파산에 이를 수밖에 없는 공통점’들이 발견돼 주목된다. 업계 전문가들이 분석한 이들의 3가지 공통점은 ▷특정 선종 위주의 영업(사업다각화 부족) ▷2009년 이후 수주실적 ‘제로’(마케팅 부재) ▷기술개발 소홀(미래투자 부재) 등이다.

실제로 이들 조선사는 케미컬 탱커(Chemical Tanker)를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케미컬 탱커는 한ㆍ중ㆍ일의 시장 점유율이 1 대 1대 1일 정도로 3국이 골고루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공세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고, 케미컬 탱커를 발주한 선주들도 수년 간 선종 변화를 거의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시장 진입만 하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시장이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선시장의 최고 호황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 대형 3사는 기술개발을 통해 선종을 다변화하고 기술을 국산화했지만, 이들 3사는 상대적으로 투자에 소홀했다. 시장이 워낙 안정화되다 보니 선종 다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는 케미컬 탱커 시장을 비켜가진 않았다. 다른 부문처럼 발주가 끊긴 것은 아니지만 대형 조선사들이 수주 가뭄으로 인해 케미컬 탱커 시장까지 손을 뻗어왔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ㆍ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삼호조선은 지난 2007년 13척을 수주한 이후 케미컬 탱커를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21세기 조선과 신아SB도 각각 2007년과 2008년 이후 수주가 끊겼다. 반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 SPP조선은 같은 기간 5만~7만DWT(중량재화t수)급 탱커를 수주했다. 미래기술 투자에 소홀하고 현실에 안주한 탓에 결국 파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들 조선소는 3~4년간 수주를 하지 못해 수주잔량도 올 상반기면 모두 소진될 정도로 바닥이 난 상태다. 삼호조선은 지난 2009년에 발주한 벌크 10대가 올해 4월이면 모두 건조가 끝난다. 21세기 조선과 신아SB도 수주잔량이 각각 4척과 11척이 남아 있지만 이 역시 올 상반기면 모두 작업이 완료된다는 게 클락슨의 분석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중소 조선사들은 돌파구를 찾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채권단이 경영회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어 과거 성동조선처럼 긴급 자금수혈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만한 단체도 현재 전무한 상태다. 한국조선협회는 대형 및 중견 조선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중소 조선협회는 2010년 이후 유명무실한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들은 불리한 시장상황과 정책적 지원 부족 등 총체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shinsoso>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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