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글로벌인사이트> 이제는 닷컴(DotCom) 대신 왓컴(WattCom) 시대
이종건 KOTRA 밀라노무역관 관장
KOTRA 밀라노무역관 이종건 관장

최근 이탈리아의 스마트그리드 사랑이 뜨겁다. 계속되는 재정위기와 성장정체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가에 비해 10배 이상의 연구개발 투자를 스마트그리드에 쏟아 붓는 등 총력전 양상이다. 이탈리아가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있어 유럽 선두권에 진입할 수 있었던 건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스마트그리드 구현에 필수적인 스마트미터의 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했던 ENEL(이탈리아 전력공사)의 혜안 덕분이다. 

2001년부터 스마트미터 개발ㆍ보급 프로젝트인 ‘Telegestore’를 수행하면서 2006년 약 3000만개의 스마트미터가 설치됐고, 최종적으로 이탈리아 4000만 가정과 기업에 이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총 21억 유로의 투자 자금이 집행될 예정이다.

이탈리아가 스마트그리드에 엄청난 투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건 역설적으로 경제위기 때문이다. 자국 내 원자력 발전소가 없는 이탈리아는 대부분의 전기를 프랑스, 스위스 등으로부터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가뜩이나 취약한 전기공급 구조와 높은 유지비용, 그리고 송배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누수전력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가 경제위기로 발목 잡힌 이탈리아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 따라서 이탈리아 정부는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과 비용구조 개선을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통해 해결하고자 과감한 투자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런 투자의 결실은 스마트미터 보급률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0년 기준 이탈리아 가정의 85%는 스마트미터에 의해 전력사용이 모니터링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2020년까지 스마트미터 보급률을 80%까지 확보한다는 목표와 비교할 때 놀라운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설치된 스마트미터를 통해 ENEL사는 전력 수요자의 소비양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발전과 송배전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연간 5억유로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는 단기적으로 전력사용 효율화와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위기와 성장부재로 고민하는 이탈리아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전경련에 따르면 현재 수준으로 2020년까지 사업이 진행되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절약되는 에너지량은 총 86Mtep(원유 8600만톤)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300억 유로의 직접 투자유발 효과와 2400억 유로의 간접투자, 1600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와 연간 0.5% 포인트의 GDP 증대효과도 기대된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최근에는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표준화를 통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도국 지위선점이라는 보다 정치경제적 실리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불꽃 튀기는 경쟁무대로 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기술과 인터넷 기술의 상징으로 칭송받던 실리콘밸리의 닷컴 기업들도 에너지 산업과 관련된 왓컴(WattCom) 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지 오래다. IT 산업과 에너지 산업의 최접점이 바로 스마트그리드 분야라는 뜻이며, IT분야 강국인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새로운 ‘엘도라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스마트그리드를 미리부터 준비하는 ‘똑똑한’ 국가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냉철한 현실인식이다.

이종건 KOTRA 밀라노무역관 관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