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의 사례에서 보듯 외국산 삼겹살이나 쇠고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대한민국 식탁이 수입산 육류에 잠식당하고 있다. 구제역 파동 이후 국내산 삼겹살 가격이 급등하면서 값싼 수입산 삼겹살이나 쇠고기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입산 삼겹살과 쇠고기가 국내산 육류를 밀어내고 대형마트 육류매장의 안방을 차지하는 등 주객이 뒤바뀌는 상황이다.
▶외국산 육류 얼마나 수입됐나=10일 미국육류수출입협회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국내에 수입된 외국산 쇠고기는 전년대비 17.8% 늘어난 30만7613t이다. 국가별로는 호주산이 15만2721t으로 10.2% 증가했다. 미국산 쇠고기도 13.6% 증가한 11만5334t, 뉴질랜드산은 3만4323t(2.0% 증가), 멕시코산 5235t(46.5% 증가)이 수입됐다.
돼지고기 수입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수입량은 48만7145t으로 1년새 증가폭이 68.4%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산 돼지고기나 수입량이 15만112t으로 99.2% 증가했다. 캐나다산은 46.6% 늘어난 8만237t이 수입됐다. 특히 유럽산 돼지고기 수입량은 수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독일산의 경우 1년새 5.8배 늘어난 3만1429t가 수입됐고, 스페인산 3만1294t(16.9% 증가), 덴마크산 2만5513t(172.1% 증가) 등이다.
반면 칠레산 돼지고기는 수입량이 4만496t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7.3% 줄었다. 지난해 초 구제역 파동으로 국산 쇠고기의 불신이 커진 데다 삼겹살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값싼 외국산 육류를 찾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ㆍ미 및 한ㆍEU FTA 등으로 인한 관세 철폐도 돼지고기와 쇠고기 수입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입육, 대한민국 식탁지도를 바꾸다=대형마트의 육류매장 지도가 바뀌고 있다. 2010년 56.5%이던 이마트 육류매장 내 한우 비중이 2011년엔 54.9%로 낮아졌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는 12.5%에서 15.2%로 1년새 3%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여전히 한우 비중이 50%대를 지키고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희석된 데다 주머니 사정이 얇아지면서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육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도 한우 비중이 2010년 57%에서 지난해엔 55%로 감소한 반면 43%이던 수입육은 45%로 증가했다.
삼겹살 파동을 겪은 돼지고기는 수입산 강세가 더욱 뚜렷하다. 이마트의 경우 돼지고기는 지난해 국내산 비중이 91.3%로 전년(98.4%)보다 8.1%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수입산은 1.6%에서 8.7%로 5배나 급증했다. 문주석 이마트 돈육담당 바이어는 “지난해 구제역 파동에 따른 돼지 사육두수 감소로 삽겹살 가격이 폭등하면서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전년대비 5배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수입산 돼지고기 비중이 2010년 3%에서 지난해엔 10%로 3배이상 커졌다. 이처럼 수입산 비중이 급증한 주된 이유는 가격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이마트에선 국내산 삼겹살 가격표는 100g에 1750원이지만 벨기에산 냉동 삼겹살은 980원,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은 1180원에 판매했다. 수입산 삼겹살이 국산보다 33~44%가량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 셈이다.
김철호 롯데마트 소고기담당 MD(상품기획자)는 “2011년엔 구제역의 영향으로 국내산 육류보다는 수입 육류가 더 인기를 끌었다”며 “수입산 쇠고기는 국산보다 2~3배, 삼겹살은 30~40%가량 저렴한 게 소비가 급증한 이유다”고 설명했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