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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색지대에 갇힌 원색의 개인…
최병진 ‘문 없는 방’ 展
창문 하나 없는 꽉 막힌 회색의 방에 외눈박이 괴물이 둥둥 매달려 있다. 잿빛 옹벽 같은 실내 속 기괴한 파충류는 출구를 못찾아 헤매는 도시인의 심정을 드러내는 듯하다. 최병진(37)의 근작 ‘room5’이다.

최병진 作‘ room5’
거대한 기계처럼 돌아가는 첨단사회 속 개인의 불안을 표현해온 최병진 작가가 8일부터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전시 부제는 ‘문 없는 방’(Doorless Room). ‘괴물’과 ‘인물’ 시리즈 20여점을 발표한다.

화가 최병진은 사람을 그린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괴물 같기도 하고, 새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얼마 전까지 최병진은 로봇을 모티프로 화려하고 몽상적인 회화를 선보여왔다. 로봇 작업은 거대한 사회시스템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사람을 다시 대면하기 시작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원색이 눈을 파고 든다. 눈 코 입만 간신히 드러나는 무채색의 얼굴에, 피에로 같은 화려한 복장이 이어졌다. 색동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오방색 띠도 등장한다. 작가는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개인은 틀에 갇혀 있지만 생동하는 열망만큼은 더없이 강렬하지 않은가.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잿빛에 원색을 대비시켰다”고 말했다. 선명한 원색의 기하학적 패턴과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희미한 표정의 두상은 기이한 대비를 이룬다.

‘괴물’ 시리즈에 등장하는 생명체는 작가가 세상을 살아가며 영향받은 모든 이미지와 기억들이 조합됐다. 괴물은 사면이 꽉 막힌, 문(門) 없는 방에 갇혔지만, 관람자에겐 거꾸로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기도 하다.

‘인물’ 연작에는 작가 자신과 가족, 친지, 정체성을 잃어가는 익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 인물들은 하나같이 원색의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작가는 “거대 도시문명으로 치달으며 현대인은 날로 나약하고 획일화되는 것 같지만 그런 개개인에게도 삶의 추억과 자의식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원색의 옷을 입혔다”고 밝혔다. 전시는 21일까지. (02)730-7817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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