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능력·내부단속 탁월…회장직 집착 땐‘ 제2 하이마트 사태’초래할수도
후끈 불붙을 것 같았던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GS리테일이 발을 뺐다. 표면적인 이유는 인수 후 예상되는 영업 성과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이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격과 더불어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향후 거취 여부가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파다하다. ▶관련기사 19면선 회장은 하이마트 최대주주인 유진그룹(31.34%)에 이어 17.37%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다. 그러나 지금은 유진보다 선 회장의 동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이마트 인수가 선 회장의 거취에 따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수도, ‘제2의 하이마트 사태’ 불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하이마트가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유진과 하이마트가 갈등 끝에 지분을 팔기로 결정했을 때도 선 회장 측은 퇴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업계에서는 하이마트가 새 주인을 만나더라도 선 회장의 이런 생각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그렇다면 2007년 하이마트를 인수했던 유진그룹과 비슷해 질 수밖에 없다. 가전 전문 양판점 1위인 하이마트를 품고도 정작 경영의 틀에는 손을 대기 어려운, 허울 뿐인 주인에 그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이마트 인수전에서는 경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논의가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인수전에 뛰어든 한 업체의 관계자는 “하이마트의 시장 가치는 뛰어나지만, 경영을 둘러싼 합의가 확실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3조원 수준의 예상 인수가는 과도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전 양판점 형태의 유통은 ‘사람’과 ‘장소’가 노하우의 핵심”이라며 “인수 업체가 향후 경영 구상 시 선 회장을 배제하고 가면 하이마트 내부에서 반발과 분열이 일어 ‘사람’ 측면에서 하이마트의 역량이 크게 약화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선 회장은 하이마트가 단기간 내 고속성장할 수 있도록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주었다.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2010년에는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기록도 세웠다. 내부 단속에도 능해, 하이마트 사태 때 임직원들은 ‘사직서 결의’까지 했다.
그가 약속대로 지분 매각을 100% 이행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날지 솔직히 불분명하다. 인수 대기 중인 기업들이 긴장하며 하이마트를 쳐다보고 있는 이유이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