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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덕’에… ‘눈 탓’에…폭설에 울고, 웃는 사람들
지난 31일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리면서 희비가 교차했다.

10㎝의 안팎의 폭설과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에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웃었다. ‘눈 덕분에’, ‘눈 탓에’ 울고 운 사연들을 모아봤다.

오피스 인근 찜질방과 여관, 모텔 등은 눈 덕을 톡톡히 봤다. 31일 퇴근시간내 내린 눈으로 오피스들이 밀집한 강남지역 사우나, 찜질방들은 평일임에도 불구, 평소보다 20~30% 손님이 늘었다. 강남구 역삼동의 ‘삼일골드사우나’ 찜찜질방 관계자는 “눈 덕에 오늘 매출은 어제보다 30%는 올라갈 것 같다”며 웃음지으며 밀려드는 손님들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관과 모델 등 숙박업소에도 희색이 돌았다. 이날 오후 9시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동일모텔 카운터에는 두세 명씩 짝 지은 직장인들이 서 있었다. 회사원 박모(34)씨는 “집이 일산인데 내일 아침 출근이 힘들 것 같아서 동료들과 함께 숙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모텔 사장 조일현(46)씨는 “평소엔 20개 정도 방이 차는데 오늘처럼 눈 오는 날은 30개 정도 방이 찬다”면서 “폭설로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몸이 고생할 바엔 하룻밤에 5만원하는 모텔에서 자고 다음날 바로 출근하는 방법을 택하는 20~30대 직장인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전화해 외박 허락을 받거나 동료끼리 전화를 바꿔주며 함께 있음을 확인을 해주는 모습도 눈 온날 숙박손님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재미난 풍경”이라며 미소지었다.

우산도 날개돋힌 듯 팔렸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드럭스토어 왓슨(Watson) 매장 관계자는 “4시간만에 우산 40여개가 팔려나갔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우산을 미리 본사에 더 주문할 걸”이라며 아쉬워했다.

제설제 판매업소도 늘어난 매출에 싱글벙글이다. 일감이 늘어난 카센터와 세차장도 눈오는 날이 반갑기는 마찬가지다.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센터인 ‘서초자동차공업’ 관계자는 “눈이 오면 2~3일 시차를 두고 입고 수량이 20% 늘어난다”고 말했다.

폭설에 눈물짓는 사람도 있다. 영등포구청 소속 이황용 환경미화원은 “눈오는 날은 평소때보다 두 배는 힘들고 작업 시간도 오래걸린다”면서 “대설주의보라도 내리는 날엔 비상 상황으로 대기하고 초과근무를 한다. 어제도 늦은 저녁이 돼서야 작업이 끝났다”고 한숨 쉬었다.

힘겨운 겨울을 나는 쪽방촌 사람들에게도 눈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이들에게 눈은 또다른 시련이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유모(58)씨는 “쪽방촌은 대부분 방풍과 단열이 안돼 눈보라가 심한 날은 견디기가 어렵다”면서 연신 기침을 해댔다.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눈은 원망스럽다. 일용직 노동자 허모(54)씨는 “눈이 오면 일감이 없기 때문에 그날은 인력시장에 나가봤자 일감을 구하지 못한다”면서 “새벽에도 계속 눈이 오면 하루를 굶어야 한다”며 눈 내리는 하늘을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6년째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는 박정기(36)씨도 눈오는 날은 고역이다. 폭설로 배달주문은 크게 늘어날 뿐만 아니라 배달사고 위험도 크게 때문이다. 박씨는 “오랫동안 배달일을 해왔지만 눈이 내린 날에는 배달하러 가기가 약간 겁이 난다”면서 “ 그나마 늦어도 고객들이 이해해줘 다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건팀/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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