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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LG 이어 현대차도 철수
재벌가 서민장사 줄줄이 퇴각
대통령까지 나선 여론에 부담
삼성 보나비·LG 아워홈 이어
현대차 오젠도 사업 중단

골목상권 활성화 실효성 논란속
마녀사냥식 기업흔들기 비판도

재벌가가 커피, 빵, 순대 등 서민 장사에서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 최근 거세게 불거진 ‘골목상권 옥죄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측은 재벌가의 서민 장사 철수를 환영하고 있지만, 규모 작은 사업 철수가 골목상권 보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포퓰리즘식 여론몰이가 기업활동을 흔든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호텔신라는 자회사인 보나비가 운영하는 커피ㆍ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사업을 철수하고, 기술지도와 소액지분 참여를 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베이커리 ‘아티제 블랑제리’의 지분도 정리하기로 했다. 호텔신라는 지분을 공익단체에 기부하거나 종업원들과 공유하는 형식으로 아티제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가의 구자학 회장이 이끄는 외식ㆍ급식 기업 아워홈도 청국장과 간편가정식 형태의 순대 사업을 접기로 했다. 아워홈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의 사업 확장 자제 권고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현대차그룹도 양재 사옥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운영 중인 베이커리 ‘오젠’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현대차는 “그간 ‘오젠’은 사원 복지 차원에서 운영중인 구내매점일 뿐이고, 외부 진출은 안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불거진 여론에 밀려 결국 사업 중단에 이르게 됐다.

롯데계열의 블리스는 아직 이렇다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심 중인 모양새다. 블리스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대표가 70%, 롯데쇼핑이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 롯데백화점 내에 7개의 ‘포숑’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는 블리스는 향후 사업 구도에 대해 아직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신세계 백화점 내 ‘달로와요’와 ‘베키아에누보’, 이마트 내 ‘데이앤데이’ 등의 브랜드로 빵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의 상품 구색을 위해 빵을 공급하고 있는 것일 뿐, 로드숍을 낼 계획이 전혀 없기 때문에 최근 불거진 골목상권 침해 논쟁과 관련이 없다”며 향후 사업 계획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줄줄이 이어진 재벌가의 서민 장사 철수는 최근 거세게 불거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러온 결과다. 지난 25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이 영세 소상공인 업종까지 넘봐야겠느냐”는 비판까지 했을 정도다.

재벌가의 서민 장사는 사업 철수 결정 등으로 주춤해졌지만, 이같은 결정이 정작 골목상권 보전에 도움이 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재벌가의 서민 장사가 골목상권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불투명하다. 블리스는 백화점에서,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호텔이나 백화점에서만 빵을 팔기 때문에 겨냥하는 시장이 동네 빵집과는 다르다.

또 재벌가의 서민장사는 규모도 작아 이들의 사업 포기로 인한 영세소상공인 살리기 효과도 미미하다. 아워홈의 간편가정식 순대 사업은 지난해 매출이 1억원, 청국장은 5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기업활동이 서민 상권 보호라는 명분을 내건 여론몰이에 흔들린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골목상권이라는 말만 나오면 실제 영향이 있는지 여부를 보지도 않고, 비판이 나오는 것 같다”며 “기업체의 경영이 여론에 의해 좌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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