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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원외교’ 치적이 치부로…MB정부 최악의 게이트 되나
해외광물 투자 성공률 6.3% 고작
리스크 무시 실적홍보에만 급급
실세들 이권개입 용도로 전락

주가조작·무마 각 부처 손발척척
최고 윗선 실체 파악 관심 증폭

현 정권 최대 치적이라 자평했던 ‘자원외교’가 임기 말 국정 최대 ‘걸림돌’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CNK가 정권 핵심 인사들을 한번에 쓸어버릴 ‘핵폭탄’의 발사 버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국정조사와 대규모 검찰수사 등이 자원외교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에 칼을 겨누고 있다.

▶승률 6.3% 사업, 4년새 투자 8배↑=지난 2006년 광물자원공사 투자액은 431억원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10년에는 이 액수가 3664억원으로 8배 넘게 증가했다. 석유공사 투자액도 2007년 6억4999만달러에서 2010년 47억1336만달러로 7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해외 광물자원의 투자 성공률은 6.3%에 불과하다. 광물투자건(MOU 체결건) 270건 가운데 성공은 17건에 불과하다. 세계적 석유회사들인 엑손모빌·셰브론 등도 자원 탐사 성공률은 20%대에 머무른다. 중국도 지난해 상반기 해외자원 투자금액을 159억달러(전년비 4%↓)로 줄였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은 리비아 내전 사태로 62억달러 손실을 냈다. 그런데도 지식경제부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18억달러를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혀두고 있다.

검찰이 26일 오전 다이아몬드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CNK인터내셔널 본사와 이 회사 오덕균 사장의 자택 등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국내에선 자원개발에 나섰던 기업들이 줄도산을 맡고 있다. 증권가에선 자원개발사가 ‘먹튀’회사의 다른 이름이라는 말도 나온다. 2007년 이후 자원개발 공시기업 총 28사 중 18사(64.3%)가 상장폐지됐다. 자원개발을 미끼로 자금을 조달한 뒤 이 자금을 횡령한 업체만도 15사에 이른다.

CNK 사건은 현 정부의 자원외교가 빚은 총체적 비리를 척결할 첫번째 단추로 받아들여진다. 정부 등이 출연한 자금 규모가 워낙 크고, 이 과정에서 적지않은 이권다툼과 로비, 공무원들의 부정 비리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금융감독원 등이 관련 사안에 문제가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이를 덮으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원외교 99%가 가짜… 실적에만 급급=자원개발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에 해당한다. 소위 말하는 ‘터지면 대박’인 사업이 자원개발 사업이다. 이 같은 속성 때문에 그동안 정부 등 안정적으로 자금을 관리해야 하는 기관에서는 자원 투자·개발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 같은 상황은 반전됐다. 정부가 ‘자원’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고위험’이 실체를 드러냈고 기대했던 ‘고수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의 고위층 인사는 “CNK 관련해서는 외교부 직원들이 너무 안일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인사는 “자원개발은 99%가 가짜라고 보면 된다. 100억 든다고 예상하면 실제적으로는 10배가 더 드는 게 자원개발”이라면서 “과정보다는 실적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정교한 접근을 생략한 채 너무 대드는 측면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권이 개입됐고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배후로 거론됐다. 공무원들의 친인척들마저 미공개 정보로 주식투자를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일사불란한 정부, 최고 윗선은=감사원의 감사 결과,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의 매장량을 부풀려 CNK 주가조작의 그림을 그려준 이번 사건은 국무총리실, 지식경제부, 외교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때문에 정부 부처를 움직일 수 있는 배후가 있다는 의혹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이번 사건에 직접 관련된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을 비롯해 이명박 정부 들어 ‘왕차관’으로 통하던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의 이름은 끊임없이 거론됐다. 실제 자원개발과 관련해 현지를 답사하면서 투자를 독려했고,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는 사건 무마에 힘을 써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함께 자원외교의 전면에 나섰던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득 의원이 최정점에 있다는 관련설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 정무위 소속 우제창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사건은 현 정권의 도둑정치ㆍ패거리 자본주의의 전형임에도 감사원이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정무위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정권 실세 개입 게이트로 규정, 실체를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정조사를 추진 중인 김영환 의원 역시 “이 사건은 총선 대선을 물론 이 정부가 끝나고 난 뒤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초대형 대국민 스캔들”이라며 “명백히 권력 실세가 기획하고 정부가 비호했으며 감사원이 방관, 금융당국이 발뺌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 같은 의혹을 종합해보면 지난 18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발을 접수한 검찰의 수사 진폭에 따라 자원외교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게이트’로 비화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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