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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찰 다녀오니…택배물이 사라졌어요”
명절이 더 힘든 경비원·배달원들의 하소연
물량 많아 깜빡하다 분실
설상가상 절도범까지 설쳐
주민·고객들 막말땐 허탈

“잠깐 순찰을 나간 사이에 받아놓은 주민 택배물이 사라졌어요. 20만원 상당의 굴비라는데 물어달라고 할까봐 잠이 다 안옵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P(66) 씨는 지난 15일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아파트 동 주민이 부재중이라 대신 택배물품을 받았는데 잠깐 순찰을 나갔다 온 사이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

P 씨는 “잠깐 주차장 순찰을 갔다온 사이에 없어졌다”면서 “일은 일대로 하고 이런 일까지 휘말리게 되니 정말 씁쓸하다”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택배 배송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노린 절도 범죄들이 극성을 부리면서 택배물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명절을 앞둔 택배물의 경우 일상적인 택배 물품에 비해 고가품이 많아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물 절도는 집 앞에 놓인 택배물을 가져가는 것은 기본. 경비실에 보관된 물품을 경비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훔쳐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 택배기사가 잠깐 배송을 간 사이 택배 차량을 훔친 간 큰 절도범도 있었다. 이로 인해 택배물을 둘러싸고 택배업체와 택배배달원, 경비원 등이 적잖은 마음 고생을 겪고 있다.

가장 가슴앓이를 해야 하는 사람은 택배배달원이다. 설을 앞두고 배송물량이 크게 늘어 몸은 힘들지만 보람은커녕, 잦은 고객들의 항의까지 참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4년차 택배 배달원인 C(34) 씨는 “평소엔 하루 120개 정도 배송하는데 명절 때는 200~250개까지 늘어난다. 새벽 5시30분부터 일하는데 자정이 넘어야 일이 끝날 정도”라면서 “그럼에도 늦게 배송됐다고 화를 내는 고객이나 요청에 따라 집앞에 두고 갔는데 물건이 없어졌다며 책임지라는 고객을 상대할 때면 정말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배달원 K(23) 씨는 “며칠 전엔 물량이 너무 밀려 수취인 사인받는 걸 깜박하고 경비원에게 맡겨놨는데 택배가 분실됐다면서 물어내라고 전화가 왔다”면서 “말 한 마디 못하고 물어줘야 할 판”이라면서 한숨 쉬었다.

택배물 분실에 대한 고객 항의가 늘어나면서 택배업체들도 택배물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C택배업체 관계자는 “모든 택배물은 집하장에서 터미널, 차량 등 모든 이동 과정에서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면서 “수취인 부재인 택배물의 경우 ‘반송’을 원칙으로 해 최대한 분실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력부족과 배송지연을 막기 위해 본사 직원을 최소한만 남기고 배송작업에 투입했으며 개인 트럭운전자와 계약을 통해 배송 차량을 추가로 배치시켰다”고 덧붙였다.

주민서비스 차원에서 택배물을 대신 맡아주고 있는 경비원들의 마음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명절 전이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택배배달원에게 물품을 받아야 하면서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 분실 위험뿐 아니라 찾아가지 않는 택배물건도 직접 가져다 줘야 하기 때문이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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