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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드코트까지 배송신청 긴 줄…한우 매대엔 전표가 수북히…

본매장-간이매대 사이

분주한 판매원 007작전도


경기침체·고물가 여파

올 매출 7~9% 증가 그쳐


지난 17일 오후 2시, 강남 부촌으로 소문난 서울 압구정동 인근 현대백화점 지하 1층 식품매장에 중년 주부 5~6명이 몰려 한참 동안 굴비 선물세트를 요리조리 둘러봤다. 3명의 직원이 좌우를 살펴가며 쉴 틈 없이 응대했지만 밀려드는 고객을 상대하기에 벅차듯 연신 손놀림이 분주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大)자 크기의 10미 세트와 알배기 세트를 비교하던 한 50대 주부는 그 자리에서 4개를 배송 요청을 했고, 1개는 직접 가져가겠다며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판매원은 전화로 재고 관리하는 동료 직원에게 포장을 요청했다.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다른 직원이 포장된 굴비세트를 들고 뛰어왔다. 그 사이 굴비 매장에는 다른 고객 2~3명이 밀려들었다.

판매사원은 “손님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상황이라 도저히 상품 포장하러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본 매장과 간이매대 사이에서 ‘007 작전’을 벌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붐비는 곳은 이번 설 굴비 매장 바로 옆에 있는 한우 매대였다. 한우 코너엔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장부에 붙이는 가격표가 쉴 새 없이 늘어갔다. 진열대 가장자리에 수북히 쌓아 놓은 가격표가 쉴 새 없이 뽑혀, 금세 반으로 줄 정도였다.

어르신들 명절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건강식품 코너에도 고객들로 북새통이다. ‘정관장’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인 12만6000원짜리 ‘홍삼정’이나 19만8000원 하는 ‘홍삼정 플러스’. 이들 제품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하루 100세트씩 팔려 나간다고 했다. ‘정관장’ 코너 직원은 “300만원짜리 ‘홍삼정 천’도 찾는 분이 심심찮게 계시다”고 귀띔했다.

선물세트를 찾는 이들이 많아진 만큼 배송센터도 붐볐다. 백화점 한 켠에 마련된 배송신청 코너에는 40여명의 고객들이 배송지 주소와 선물 주문 내역을 적으며 직원들과 상담하느라 분주했다. 10여개의 탁자가 가득 차자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인원만 20여명. 10여분쯤 시간이 지나자 대기 인원은 더 늘어나 배송센터 옆의 생활용품 선물세트 코너와 푸드코트 쪽까지 순식간에 긴 줄이 생겨났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1층 한우 매장을 찾은 주부들이 선물세트를 둘러보고 있다.

비슷한 시각. 롯데백화점 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롯데백화점은 설 선물을 장만하러 온 고객들에 외국인 관광객까지 더해져 시장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인지 과일 코너는 간혹 일부 고객이 찾아와 가격표만 들여다보고 가는 등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과일은 전형적인 명절 선물인 사과와 배값이 많이 올랐고, 큼직한 대과도 많지 않아 선호도가 떨어진 편이라고 롯데 측 판매사원은 설명했다. 과일 매장 직원은 “선물로 과일 찾는 분들은 중저가 와인 등 다른 제품과 섞어서 세트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원하는 품목만 골라 세트를 만들면 10만원 이하로도 근사한 선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백화점을 가득 메운 인파에도 불구하고, 설 경기는 신통치 않다는 반응이다. 6~15일 롯데백화점 설 판매 실적은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8.4% 매출이 신장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는 9%, 현대백화점은 7.2% 매출 증가에 그쳤다. 매출 신장세가 두 자릿수였던 작년 설 대목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실적이다.

올해 경기 침체와 고물가 여파의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설 선물세트는 명절에 가까워질수록 매출이 급증하기 때문에 이번주부터 뒤늦게 소비심리가 불붙을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조용욱 롯데백화점 식품MD팀 팀장은 “설이 지난해보다 열흘 이상 빨라 명절 분위기를 느끼지 못해 선물 구입을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며 “막판 3~5일에 선물을 구입하려는 손님이 몰릴 것으로 보여 마케팅을 한층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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