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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미술시장 점유율 1위(39%)의 막강 중국,골도 깊어
불과 14년 전(1998년)만 해도 5개의 미술품 경매회사가 연간 535억원의 낙찰액을 올린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2011년), 약 300개의 경매사가 연간 약 12조원의 경매 낙찰액을 올렸다. 바로 중국 미술시장 이야기다. 이 같은 초고속 성장세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속도다.

고도성장의 길을 걸어온 중국은 미술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세계 1위다. 글로벌 미술시장 분석회사인 ‘아트프라이스’는 지난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미술시장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트프라이스는 “중국의 지난해 미술시장 점유율은 39%로, 2010년보다 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면에 2위 미국의 점유율은 25%로 전년 대비 4.9%포인트 떨어져 중국과의 격차는 더욱더 벌여졌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중국 미술시장의 성장요인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현대미술학회지에 게재한 미술시장연구소장 서진수 교수(강남대 경제학과)의 분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제사 전공이면서 미술시장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서 교수는 “중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가 수십, 수백년에 걸쳐 이룩한 성과를 21세기들어 딱 10년 만에 달성했다”며 “그 요인은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미술품의 무한함과 시장의 광활함도 있지만 경제의 각 주체인 정부와 기업, 개인이 주식, 부동산과 함께 미술품을 ‘매우 유망하고 확실한 투자대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문에서 서 교수는 중국의 미술시장이 급성장한 1차 요인으로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꼽았다. 2000년대 들어 경제가 평균 10%씩 성장하며 소비와 투자가 급증하고, 부의 증가와 건설붐으로 미술품 수요 또한 급증했다는 것. 중국 정부의 문화산업 육성정책과 미술관 건립정책도 이를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미술사업을 위해 ‘미술투자팀’을 운영할 정도로 적극적이며, 각 분야 백만장자들 또한 미술품을 투자포트폴리오에 질세라 포함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은 “우리의 미술이 서양미술에 못미칠 게 뭐냐? 중국의 지바이스(齊白石ㆍ1860~1957), 장다첸(張大千ㆍ1899~1983) 그림이 피카소보다 못할 게 뭐냐?”고 항변해왔다. 이 같은 중화(中華)주의는 결국 지난해 두 작가의 경매 낙찰총액이 피카소를 누르고 1, 2위를 기록하기에 이끌었다. 아트프라이스는 2011년 경매 낙찰총액에서 피카소가 중국의 장다첸과 지바이스에게 밀려 3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장다첸은 약 5억달러(약 5700억원), 지바이스는 약 4억4500만달러(약 5100억원)로, 약 3억2000만달러(약 3673억원)인 피카소를 앞지른 것.

서 교수는 “2010년대 들어 중국은 낙찰가가 1억위안을 넘는 작품이 잇따라 탄생해 ‘1억위안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제 중국은 미술시장 점유율뿐 아니라 개별작가 낙찰총액으로도 서구를 앞지르며 미술의 중심을 동양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들이 미술관을 건립하고 작가를 후원하는 펀드를 조성해 미술시장이 빠르게 자본화된 점과, 문물교역소가 설립돼 미술품이 마치 주식처럼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점 또한 눈여겨볼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가공할 만한 성장세는 많은 문제점도 노정시키고 있다. 미술시장의 급성장은 가격의 급상승에 따른 거품론을 낳고 있다. 또 진위 감정 문제와 위작 출현 등의 문제점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단기간에 급상승한 인기작가의 유화 및 국화(동양화)의 작품값에 대해 거품이란 주장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거품논쟁은 그간 36개나 설립된 문화예술품 교역소에 대해서도 일고 있다. 심지어 교역소가 가격을 조작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경매회사에 운영규정과 위험 관리, 투자자 이익보호와 관련해 재정비를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에서는 한 시즌 예술품 경매에 약 25만점이 출품되고, 12만~13만점이 낙찰되면서 위작논란 또한 잦다. 2005년 출품되었다가 취소된 한메이린(韓美林)의 ‘八駿圖’, 2005년 작가가 위작으로 판정한 우관중(吳冠中)의 ‘池塘’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심지어, 2010년 6월 베이징 경매에서 고가에 팔린 쉬베이훙(徐悲鴻)의 작품은 중앙미술학원 졸업생들이 “우리 동기생이 수업시간에 그린 것”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따라서 세계 1위로 급부상한 중국 미술시장은 시장의 안정성, 작가와 작품에 대한 엄밀한 검증, 가격의 적절성 제고 등 각종 과제에 직면해 있다.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세계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공룡이 된 것은 틀림없으나. 취약점 또한 많이 안고 있는 셈이다.

서 교수는 “압축성장 뒤에 숨어 있는 거품론, 감정 불신론, 추정가와 낙찰가의 지나친 격차, 무리한 투자 등은 중국 미술시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에 비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 미술시장은 중국 시장의 성장세와 현황, 문제점 등을 다각도로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서진수, 중국 쟈더경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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