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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을 여는 사람들> “학생들에 깨끗한 환경 선물 뿌듯”
문성연씨 (학교 청소원·63·여)
“달님 달님, 올해는 제발….”

대학의 도서관은 방학 중에도 붐빈다. 재학생은 물론이고 구직난에 누적된 미취업 졸업생까지 학교를 떠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려대 중앙광장에 있는 열람실도 그렇다. 하루 24시간 연중무휴 운영된다.

학생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일을 하는 이들이 있다. 청소노동자다. 4년째 이곳에서 아침조로 일하는 문성연(63ㆍ여) 씨는 학생이 본격적으로 등교하기 이전인 새벽 5시 출근했다.

“에휴, 처음 여기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한숨부터 나왔지. 이 넓은 곳을 언제 다 청소하나 싶었어. 화장실, 사무실에 열람실 좌석도 천 개가 넘으니까.”

학교에서 6시까지 출근하라 하는데도 한 시간 일찍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침 조 네 명이서 구역을 나눠서 해도 시간이 부족해요. 일찍 일을 시작한다 해서 돈을 더 주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화장실의 변기와 세면대, 건물의 내부 벽이며 엘리베이터, 열람실 좌석까지 장장 네 시간 동안 허리 펼 틈 없이 구석구석 이어진 아침 청소는 9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힘들지. 그런데 힘든 것을 하나하나 꼽다보면 하루도 못 버텨요. 우리보다 더 힘든 데서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한때 문 씨는 고려대 인근에서 식당을 했다. “악착같이 살았거든. 남편 섬유사업 부도나서 빚쟁이들 몰려오고 술에 절어 사는데, 애들은 먹여야지 하니까 강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우리 남편이 섬유사업하다 진 빚도 다 갚았어. 그러다 월계동으로 식당을 확장 이전했는데 재개발 때문에 그만뒀지.”

청소일을 시작하기 전 문 씨는 청소노동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래서 좀 망설여지긴 했다. 근데 지금은 성실하게 일해서 먹고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딸도 사돈어른에게 스스럼없이 내가 청소한다고 말한다”는 그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번진다.

자녀들이 이제 일을 그만두라고 해도 노는 게 불편해서 계속할 정도로 성실함이 몸에 배었음에도 그 역시 ‘오늘은 정말 일하기 싫다’는 날이 있었다. 설날, 추석과 같은 명절이다.

“여기가 연중무휴로 운영되니까 쉴 수가 없어요. 명절에는 제사도 지내고 가족 밥도 차려주고 싶은데….” 그의 소박한 새해 소망이다.

문 씨는 매일 아침 첫차를 타러 집을 나서며 달에게 소원을 빈다고 했다. “달님 달님, 우리 가족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차가운 바람에 새벽달이 환히 비춘 이날에도 문 씨는 같은 바람으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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