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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기의 마흔, F세대> ⑦한류의 주역: 양현석 박진영 배용준...강한 문화욕구, 세계 제패
SBS ‘뿌리깊은 나무’를 공동 집필한 박상연 작가는 72년생, 중앙대 영문과 91학번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소설(‘DMZ’) 작가이며, 지난 여름 극장가의 빅2였던 ‘고지전’, 기록적인 TV흥행작 ‘선덕여왕’의 대본을 썼다. 탁월한 극적 구성과 인물묘사력 외에도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담론과 소재다.

최고의 영화ㆍ드라마 작가로 꼽히는 그의 정서적인 뿌리는 어딜까. “대학 신입생 시절, 강경대 열사 사망사건은 학생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습니다. 민주화의 담론을 엮는데 한국 전쟁은 피해갈 수 없는 소재이더군요. 고교시절부터 소설가로서 꿈을 키워왔고, 제 작품을 통해 사회적인 발언을 하고 싶다는 욕망도 생겼습니다.” 민주적인 삶이 뿌리요, 구현방법은 대중문화였던 것이다.



광주항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의 프로듀서이자 설경구 주연의 재난영화 ‘타워’, 하지원ㆍ배두나 주연의 남북단일탁구팀 소재 ‘코리아’의 제작자인 이수남 더타워픽쳐스 대표는 70년생, 부산대 사회학과 88학번이다. 대학시절 문예동아리에서 연극을 하며 노동ㆍ파업ㆍ시위현장에서 공연을 펼치다가 졸업 후 상업영화계로 나섰다. 80년대 대학사회의 이데올로기 투쟁의 영향을 받았지만 20대의 이상주의를 좀 더 대중적인 방식으로 실현하기로 했다.

민주화는 짱돌로, 오락은 운동가요로 해결했던 선배들과는 달리, 서태지의 문화 충격을 공유하며 자신들의 메시지를 대중문화에 담았던 것이다.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문민정부가 출범한 1990년대 초반은 청년문화에도 빅뱅이 몰아쳤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1집을 발표될 무렵, 캠퍼스에는 이데올로기가 무너지고 문화적 다양성이 꿈틀거렸다.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담론이 형성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 시기에 10대 후반 20대 초반을 지났던 F세대는 한국 대중문화 사상 전무후무한 전성기, 한류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F세대의 정서적ㆍ문화적 뿌리는 멀게는 1980년 컬러TV의 등장과 8비트 PC의 상용화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열풍과 1990년대 대학과 청년사회 내 대중문화의 영향력 확장까지 걸쳐져 있다.

이 시기에 봇물을 이룬 신세대, X세대, N세대 등 ‘~세대’론은 문화의 변화를 방증한다. MTV가 출현한 이후 감각적인 영상세대를 뜻하는 미국 X세대나 ‘전공투’ 학생운동의 몰락과 함께 등장한 일본의 ‘신인류’와 비견할만한 흐름이었다.

과거 ‘썬데이서울’같은 성인잡지나 주부를 대상으로 한 여성잡지, 스포츠신문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TV, 영화, 가요, 연극 등 대중문화가 본격적인 대학, 청년 사회의 담론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순수문학계간지로는 처음으로 대중문화를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상상’을 시작으로 창간호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을 ‘주류질서의 전복자’로 규정한 ‘리뷰’, 영화잡지 ‘키노’ ‘씨네21’ 등이 창간된 것도 90년대 초중반이었다. 청년사회에선 차츰 록밴드가 노래패를 대신했고, 마당극 대신 할리우드 B급영화, 독립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진보적 이데올로기와 대중문화의 세례를 동시에 받은 이들이 바로 F세대였다. 이들은 선배세대가 가진 엄숙주의, 집단주의, 획일주의, 정치주의를 벗어나 개방적이며 개인주의적인 특성을 보였다. 밀실에서 광장으로 뛰쳐나왔고, 언더에서 오버그라운드를 향했으며 혁명에서 일상으로 관심을 돌렸던 이들은 문화에서도 수용자에서 창작, 생산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영화에선 봉준호, 최동훈, 류승완, 김태용, 민규동, 김현석, 강형철 등 F세대의 감독들이 주류로 부상했다. 가요계에선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힙합과 솔, 록,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서구 대중음악에 익숙한 이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YG 양현석, JYP 박진영과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 등 K팝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들이 모두 F세대다. 이들은 한류의 세계화를 기획하고, 지구촌 팬들이 열광할 코드를 찾았다.

TV에선 학원, 청춘드라마붐을 타고 이병헌, 장동건, 김혜수, 하희라, 고현정, 배용준, 염정아 등 젊은 스타들이 자신들도 그 일원인 F세대의 팬들과 함께 성장해 지금까지 스타덤을 누리고 있다. 이병헌, 차승원, 류승룡, 황정민, 고창석, 정재영은 영화계에서 막강한 ‘70년생 파워’를 형성하고 있는 동갑내기들이다.

지금, 한류로 상징되는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연출, 연기, 가창은 물론이고 제작, 경영, 기획, 매니지먼트 등 모든 분야를 F세대가 지배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 suk@heraldcorp.com



■용어설명 F세대= 베이비붐세대 보다 50여만명 많은 최다 인구층(Formidable members)이면서도 주목받지 못했던 ‘잊혀진(Forgotten)세대’, 1966~1974년생 750만명을 지칭한다. 힘겨운 청년~중년기를 보내면서 ▷분노(Fire)의 내재 ▷신구세대의 가교(Fusion) ▷소셜미디어 장악(Facebook) 등 특징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 신주류. ‘1987년체제’에 대응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전반의 변동을 몰고올 공정,상생의 ‘2013년 체제’ 주역으로 꼽힌다. <비교> ▷F세대 1966~74년생 748만 4206명 인구점유율 15.6% ▷베이비붐세대 1955~63년생 694만 9972명 인구점유율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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