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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 비자금 4조…열쇠는 누구 손에?

핵부품 구입·軍·당료 관리

北체제 유지 통치자금

스위스 등 예치 추정


김정은 작년부터 인수작업

韓·美 정보당국 추측속

김정일 망명사태 등 대비

마카오 김정남 관리설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김 위원장의 관리하던 4조원대의 비자금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일 통치자금으로 불리는 이 비자금은 김정일 체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때문에 미완의 후계자 김정은 역시 체제 안정과 유지에 이 비자금이 절대적으로 긴요하다. 하지만 이 비자금을 불운의 황태자로 권력에서 밀려나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이 관리한다는 정보도 있어 김 위원장의 생전에 김정은에게 넘겨줬는지 관심거리다.

한ㆍ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일은 최소 40억~50억달러, 우리 돈 4조6000억원의 비자금을 비밀계좌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이나 서방세계가 파악하지 못한 자금도 상당수 은닉돼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짐작하고 있다.

노동당 39호실이 관리하고 있는 이 비자금은 예금주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는 스위스와 룩셈부르크, 버진아일랜드의 비밀계좌에 예치돼 있는 것으로 한ㆍ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지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뒤 금융제재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에 대한 조사도 고려했었다. 

김 위원장은 이 비자금으로 자신의 호화생활뿐만 아니라 당과 군의 고위관료 선물과 하사품을 해외에서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김 위원장은 연간 70만달러어치, 세계에서 가장 많은 헤네시 코냑을 구입하는 사람 중 하나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 개발에 들어가는 부품 수입도 이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측근을 관리하는 ‘당근’, 서방과 남한을 상대로 한 비대칭적 군사력 개발에 필수요소였던 셈이다. 



한ㆍ미 양국은 후계체제가 공식화한 지난해부터 극비리에 이 비자금이 김정은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리철 전 스위스 대사가 스위스 은행의 김정일 비자금을 김정은에게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리철은 유럽의 김정일 비자금 관리는 물론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 학부형 역할까지 했던 인물로, 이번 232명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도 들어 있다. 이전작업이 끝났다면 김정은은 수조원대의 유산을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마카오 등 동남아를 떠돌며 해외 유랑생활을 하고 있는 김정남이 사실은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을 총괄하는 관리책이라는 추측도 있다. 북한 내 쿠데타 등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김정일 일가의 도피 자금을 관리할 비밀 임무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김정남과 김정은은 아버지의 ‘숨겨진 유산’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지 6일이 지났는데 김정남은 아직도 귀국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일 비자금은 대부분 해외에서 달러로 유입되고 있다. 비자금을 만드는 수익사업은 ▷해외 식당운영과 상품판매, 노동자 파견을 통한 월급 및 커미션을 취하는 외화벌이 ▷슈퍼노트와 같은 위조지폐 발행, 마약 거래 ▷스커드, 노동미사일과 같은 무기 수출 등이다. 서방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아 크게 위축됐지만 북한은 중동국가에 대당 200만~250만달러의 스커드미사일, 700만달러 수준의 노동1호 미사일을 판매, 2005년 한 해 동안 무기수출로 5억달러 정도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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