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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 거부하는 ‘간 큰’ 유치원들

“유치원은 비영리 교육단체

카드결제 의무 대상 아니다”

학부모 항의에도 현금 요구

#1.쌍둥이 아들(7)을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주부 박모(35ㆍ경기 고양시) 씨는 매달 유치원비를 낼 때마다 동분서주한다. 쌍둥이다 보니 유치원비가 70만원에 달하지만 카드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 박 씨는 “유치원에 항의했더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비영리 교육단체라 카드결제 의무대상이 아니라며 무조건 현금만 요구하더라”며 “유치원비에 각종 교재비 등 부대비용까지 모두 현금으로 내야 해 간혹 현금이 없을 때는 현금서비스를 받을 때도 있다”면서 한숨 쉬었다.

#2.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거주하는 배모(29) 씨는 애완견을 데리고 동물병원을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미용비 15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려고 하자 신용카드로 낼 경우 부가세 10%를 별도로 내라고 한 것. 배 씨는 “왜 부가가치세를 소비자가 내야 되냐며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현금지급기에서 현금을 찾아 줬다”면서 “사실상 현금만 받겠다는 것 아니냐”며 광분했다.

#3. 최근 첫 딸을 얻은 박성재(31ㆍ서울 강북구) 씨는 부인의 산후조리원비 200만원을 카드로 결제하려다 업체 측에서 현금으로 결제 시 10% 할인조건을 내세워 현금으로 결제했다. 하지만 현금영수증발급은 받을 수 없었다. 업체 측이 할인을 해줬다는 명목으로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보유 개수 4.8개’ ‘한국민이 가장 많이 쓰는 지출수단’일 정도로 신용카드가 소비생활의 대세가 됐지만 여전히 카드결제를 기피하는 업체들로 인해 소비자들이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사업장은 음식점부터 병원, 변호사사무실, 예식장, 금은방 등 다양하다. 사찰 입장료나 성당 결혼식 비용 등 비영리단체인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도 대부분 카드결제가 불가능하다.

이들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매출이 잡히지 않아 세금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카드 수수료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A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임대료 내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매출이 다 잡히는 카드를 받겠냐”면서 “비용을 일부 깎아주는 방식으로 현금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서울 종로구의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최근 동물병원에 수수료 부담 결정이 났지만 고객들의 반발을 염려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면서 “현금으로 내면 고객도 좋고 우리도 좋은데 신용카드를 받으면 우린 카드 수수료에 부가가치세까지 내야 한다. 가격을 올리지 않은 만큼 부가가치세는 당연히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규정을 어겨도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이들이 여전히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현행법(여신전문금융업법 제 70조 제 3항)상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된 사업장의 경우, 의무적으로 카드결제를 해줘야 한다. 거부하거나 부당 대우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3번 이상 카드결제 거부 시 금융감독원이 시행 중인 ‘불법가맹점 삼진아웃제’에 의해 모든 카드사로부터 가맹점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피해를 당한 소비자에게 신고를 받고 있지만 신고를 받아도 증명을 하기가 힘들어 실제 처벌까지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 ‘삼진아웃제’ 역시 카드사에서 되레 가맹점 계약 해지를 꺼리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주부 이모(54ㆍ서울 영등포구) 씨는 “처벌도 안 해줄 거면서 신고는 뭐하러 하라고 하냐”면서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 역시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내부에서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황혜진 기자@hhj6386>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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