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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현장의 숨은 주역들에게 박수를…
쌀쌀한 토요일 아침, 불현듯 영화관에 가고 싶어졌다. 문화생활이라는 카테고리에 접근해본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언제 가보고 안 갔지? 기억해내려다 멈춰선 기차처럼 작동을 정지한다. 뜬금없이 지나간 스포츠 장면이 먼저 선명하게 떠오른다. 날짜별, 경기별, 팀별, 성적순으로 기억의 계단이 차곡차곡 완성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보았던 영화 제목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직업은 속일 수 없는 것인가!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Moneyball)’을 봤다. 기존의 스포츠 스타를 조명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구단 프런트들의 애환을 그린 영화였다. 싱싱한 회 한 접시를 후딱 해치운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신선했다. 실화의 주인공 ‘빌리 빈’은 지금도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엔딩 자막이 서서히 스크린을 장식하고 화면이 멈출 때까지 내내 그 자리를 지켰다. 특히 생각나는 장면은 단장에게 끝까지 반기를 들었던 감독이 도리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장면이었다. 영화배우 ‘황정민’의 수상 소감이 오버랩 됐다. “다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라고 말하며 자신과 같이 일한 스태프들에게 영광을 돌리는 그 수상소감 말이다. 스태프들은 한동안 그의 말에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판 머니볼은 과연 없을까?
우리 역시 구단 프런트들의 이력이 다채롭다. 선수로 뛰다가 돌연 스카우트로 보직변경 되면서 물 만난 고기처럼 대어를 잡아내는 경우, 해외유명 MBA 출신이 어느 날 잘나가는 직장을 사직하고, 프런트로 입사해서 구단재정을 책임지며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는 경우, 현직 기자가 구단 홍보맨이 되어 투사로 거듭나는 경우, 에이전트가 운영 팀에 입사해서 선수마케팅의 능력을 발휘는 경우, 경기장에서 응급처치로 선수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트레이너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마담뚜들의 사냥감이 된 선수의 개인문제까지 나서서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그들의 선수 사랑은 유별나다. 자신의 보육낭 속에 알을 부화시키는 수컷 해마(海馬)의 지극 정성과 유사해 보인다. 이들 모두가 스포츠 현장의 숨은 주역들이다. 팬들을 위한 서비스의 질로써 그들의 존재가 확인되곤 한다.
하지만 팬들의 관심은 습관적으로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에만 집중된다. 그들 뒤에서 그들을 만들어 가는 숨은 조력자에 대해서는 지적 탐사를 유보하곤 한다. 한해를 보내면서 한번쯤 우리 모두 그들을 위해 박수를 보냈으면 한다. 그리고 머니볼을 관람하며 그의 가족들이 보상받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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