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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선임기자의 art&아트> 자연을 닮은 가구, 예술이다
완벽 디테일·파격적 미감
‘세계 디자인계 신데렐라’

요리스 라만 국내 첫 개인전


디지털 공예에 장인정신 담아

혁신·전통 아우른 하이브리드

본체어 등 새로운 트렌드 창출



“그림과 조각 수집하신다고요? 당신 좀 구식(舊式)이네요. 해외에선 ‘예술가구’가 급부상 중이거든요. 이제 디자인 아이템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남다른 안목을 자랑하는 미술애호가들이 예술가구에 ‘필(feel)’이 꽂혔다. 일찍부터 예술가구에 주목해온 홍라희 리움(Leeum) 관장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명품 의자 430선’을 보기 위해 지난 10월 ‘청주 공예비엔날레’를 찾았으며, 신세계백화점의 정유경 부사장, 제일모직의 이서현 부사장 등도 예술가구, 특히 의자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예술가구 전시가 줄을 잇고 있다.

이미 장 푸르베, 조지 나카시마, 론 아라드의 전시가 열린 데 이어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요리스 라만(Joris Laarmanㆍ32)의 작품전이 13일 개막됐다. 데뷔한 지 5년 만에 ‘세계 디자인계 신데렐라’로 급부상하며 온갖 상(賞)을 휩쓴 라만이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첫 한국전을 갖기 위해 내한했다.

라만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단아한 선과 파격적인 형태를 함께 지닌 본 체어(Bone Chair), 스탈링 테이블(Starlings table) 같은 작품 때문. 뉴욕현대미술관(MoMA) 에서 열린 ‘디자인과 유연한 정신’전에 본 체어 등을 출품한 라만은 젊은 작가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MoMA에 작품이 곧바로 소장되는 영예를 안으며 유명세를 얻었다. MoMA는 개념이나 디자인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남다른 의지를 높이 평가한 것. 

도약 직전의 치타를 연상케 하는 요리스 라만의 ‘Bridge Table’(2010). 디지털기술에 장인정신을 살려 만든 탁자다. Photo by Jon Lam, NYC.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지극히 섬세한 디자인이면서도 강렬한 미감을 선사하는 라만의 예술가구는 디자인 및 제작 과정에서 엄청난 변혁을 시도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고 있다. 라만은 3차원 모델링 기술에 근간을 두고,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창조된 생명과학을 결합시켜 가구를 디자인한다. 이를테면 본 체어의 경우 자연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뼈와 나무의 비율을 컴퓨터 디자인에 대입시켜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만든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알고리즘을 가구에 차용한 것인데, 이는 재료의 할당을 최적화하고 일련의 과정을 최소화해 무게감과 안정성을 얻음으로써 간결하면서도 파워풀한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다.

때문에 라만의 작업은 ‘디지털 공예(Digital Crafts)’로 불린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여기에 장인정신을 융합시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는 점. 그리곤 자신의 이름을 딴 랩을 만들고, 혁신적인 디자인 플랫폼 ‘메이크 미(Make Me)’를 출시했다.

라만의 디자인은 혁신성과 전통성을 아우른다. 디테일에 관해선 단 0.1㎜ 오차도 허용치 않을 정도로 치밀하나, 미감에 있어선 무모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동시에 작가는 “자연의 섭리는 내 작업의 원천”이라며 종국적으론 자연과 우주에 디자인의 뿌리를 두고 있다고 고백한다.

동물 뼈를 패러디한 라만의 대표작 ‘Bone Chair’(2006)

라만에게 ‘올해의 혁신가상(賞)’을 수여한 월스트리트저널은 “라만의 작업은 비가시적인 과학의 논리와 디자인적 장식성을 고르게 융화했다”고 평했다.

총 23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에는 라만의 대표작인 본 체어, 본 체이즈 시리즈를 비롯해 암 체어(Arm Chair) 등 2006~2010년에 제작된 6종의 에디션 작품이 모두 나왔다. 또 2011년작인 잎 테이블(Leaf Table) 등 신작 16점도 전시됐다.

라만은 네덜란드의 디자인아카데미 에인트호벤을 수석으로 졸업(2003년)했고,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2006년) 등을 수상했다. 현재 플로스, 비트라, 스와로브스키와 협업 중이며, 퐁피두센터 등 유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서른두 살의 작가는 그 뛰어난 재능으로 일찌감치 스타덤에 올라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20일까지. (02)735-8449

/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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