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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보험사 치열한 경쟁…더 내고 더 많은 혜택
네덜란드
교민 김씨

민간보험에

매월 319유로 지출

20여년 동안

병원비 낸 적 없어



노인인구 증가

민간보험사 가세

의료비 年8~9% 상승

고비용 환자 차별없게

정부서 일정 손실 보충

[암스테르담=박도제 기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A4고속도로를 타고 남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레이든대학 메디컬센터(LUMC)가 모습을 드러낸다. 레이든(Leiden) 중앙역 인근에 위치한 이 병원은 네덜란드에 있는 8개 대학병원 가운데 하나이며, 7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유럽에 위치한 여느 병원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지만, 병원 안에 들어서면 의료진을 양성하는 대학병원인 까닭에 젊은 기운이 넘쳐난다.

북유럽 특유의 쌀쌀한 날씨 속에 이 병원을 찾은 현지 교민 김 씨는 네덜란드에서 생활해온 20년 동안 병원비를 지불해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약값도 내본 적이 없다. 아이 둘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남편과 자신이 든 민간보험에 매월 319유로(약 51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것이 전부다. 3750유로(약 600만원)에 달하는 남편 월급의 8.5% 정도를 건강 관련 민간보험료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네덜란드 국민들이 평균 월소득의 35% 정도를 사회복지 세금으로 지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더 커지게 된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높은 만큼 네덜란드의 의료 보장성(전체 진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내주는 돈의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93.4%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 근로자의 경우 소득의 2.82%를 건강보험료로 내고 64.5%의 보장성을 누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적게 내고 적게 보장받고 있는 우리나라 시스템과 달리 네덜란드는 많이 내고 많은 보장을 누리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현재 네덜란드의 의료보험제도는 지난 2006년 단행된 의료 개혁에 따라 민간보험회사들의 통제된 경쟁 속에 의료비 증가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혁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네덜란드의 의료보험제도는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이원화된 가운데 보험료 부과체계가 복잡했으며,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국민의료비가 매년 8~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민간보험사들이 통제된 환경에서 경쟁하는 방식으로 바뀐 뒤에는 의료비 증가율이 3~4% 선으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연간 의료비 증가율이 11%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의료비 지출에 대한 통제가 상당히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네덜란드 건강보험제도 개혁의 핵심은 제한된 경쟁 환경 속에서 다수의 민간보험회사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에 있다. 보험회사들은 의료 소비자를 가입시키기 위한 경쟁을 펼치며, 이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 의료 공급자와 개별수가 계약을 맺는다. 이런 방식이 전체 의료비 상승률을 제한한다.

현재 네덜란드에는 20여개 보험회사가 가입자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상위 4개 민간보험회사가 전체 가입자의 90%를 확보하고 있는 구조이다.

정부는 보험사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의료질 하락을 막기 위해 의료 행위에 대한 가격 차이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민간 보험회사가 보험료가 많이 들어가는 고비용 가입자에 대해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위험 균등화(risk adjustment) 시스템을 갖추고 고비용 가입자 선택으로 인한 보험사의 비용 지출에 대해 손실을 보충해 준다.

네덜란드 최대 민간 건강보험회사인 아흐메아(achmea)의 에밀 포오른(41) 사업개발 고문은 “보험사들의 경쟁은 의료 서비스의 가격은 낮추고 의료 질은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병원이 파워가 셌지만, 점차 보험회사들의 힘이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과거 의료시스템에선 특정 질병을 진료하기 위해서는 2~3년이나 기다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2~3개월이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라는 지적이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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