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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신성인 소방관에 너무 치사한 국가
소방관에 대한 처우가 긴급 과제로 떠올랐다. 불길 속에 생사를 넘나드는 소방관, 돌발 위기 시에 구세주처럼 나타나 처리해주는 119소방대원들의 처우가 이처럼 형편없었는지 지난 주말 평택 가구전시장 화재현장에서 이재만(39) 소방위와 한상윤(31) 소방장이 희생되고 나서야 드러났다니 새삼 부끄럽다. 5일 경기도 평택 송탄소방서에서 열린 두 소방관의 영결식은 차라리 이런 문제를 부각시킨 반성의 자리였다. 작가 김훈 씨가 일산에서 평택 영결식장까지 무조건 달려가 조문한 것도 사회를 대표한 그의 작은 정성 아닌가. 희생을 당하고 나서야 떠들썩하게 처우개선을 들먹이다 지나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행태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아왔는가. 이번에야말로 소방관 처우는 어느 복지사업보다 우선해 처리해야 할 것이다.
화재진압과 긴박한 인명구조에 나섰다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소방공무원은 연간 300명을 넘는다. 허리디스크에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온갖 질병으로 전체 소방공무원 중 40% 정도가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들의 평균수명은 58.8세로 일반인보다 18살이나 적다. 급여는 월 200여만원, 그것도 생명수당(5만원)과 화재진압수당(8만원)을 합친 것이다. 한 달에 30회 출동이면 목숨 값은 건당 4000원 남짓이다. 이러니 직업만족도 최하위에 임용 5년 내 20% 이상이 이직한다. 대기업이나 금융권, 공기업 임직원 등의 억대 평균연봉과 비교해 보라.
우선 소방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 격상이 옳다. 지난해부터 전국 전ㆍ현직 소방관 1만여명이 각 지자체를 상대로 초과근무수당 지급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들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2년치 수당을 입 닫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의 최대 희망이 낡은 고가사다리 교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수백억원만 들여도 가능한 일이다. 새해 정부예산안에 10조원의 총선용 지역구 사업 예산을 마구잡이로 늘린 정치권은 이 사실을 알기나 하는가.
미국의 소방관은 영웅 대접을 받는다. 9ㆍ11 뉴욕 테러 사건 때 소방관들의 활약과 그들을 기억하는 시민들을 보라. 매년 어린이들 장래희망 설문조사에서 고정 1위를, 직업만족도와 행복지수에선 전체 2위를 차지한다. 이번 사고에 이명박 대통령은 문상조차 하지 않았다. 김황식 총리가 갔다지만 전화 위무라도 했어야 한다. 제도적 개선은 당연하다. 거룩한 희생 앞에 치사한 국가는 남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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