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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F부실 건설사 줄도산 우려
고려개발 워크아웃 신청…건설업계 파장
시장성 무시 자금회수 골몰

“금융권 압박 과도” 불만속

“워크아웃이 낫다” 자조도



대림산업이란 든든한 대주주의 우산도 소용이 없었다. 돈을 대주어도 이자로 다 나갔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꼴이었다. 결국 고려개발마져 지난달 30일 워크아웃을 신청해 건설업계 전체가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의 비명이 속출할 것이란 예상이다. 시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자금회수에만 골몰하는 금융기관들에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고려개발이 워크아웃까지 이르게 된 건 무엇보다 장기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때문이다. 2008년부터 시공사로 용인 성복지구에 아파트 1600여 가구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지만 분양이 제대로 안돼 사업을 정상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행사가 지난달 만기된 대출금 3600억원을 갚지 못하자 지급보증을 섰던 고려개발이 부담을 떠안은 상황이다.

용인 성복지구에 발을 들였던 다른 업체들도 대부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나마 고려개발은 모기업인 대림산업과 나름의 자구 노력을 꾸준히 벌여왔다. 대림은 1500억원대 자산매각 지원 및 2000억원의 자금 대여, 공사물량 배정 등으로 지금까지 지원해 준 규모가 38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PF 상환 및 이자 지급으로 그 효과가 오래가진 못했다.

국민은행, 외환은행, 농협 등으로 구성된 용인성복 PF 대주단은 올봄부터 6개월간 만기를 연장하면서 당초 4%였던 이자율을 최고 15%까지 올려놨다. 세배가 넘는 고리채 수준이다. 올해만 두차례 만기연장을 하며 2007년 10월부터 PF금액 3600억원에 들어간 이자비용이 1050억원이다. 호황에도 버티기 힘든 이자규모다. 채권단 요청에 따라 시행사와 관리형 토지신탁으로의 사업방식 변경에 합의하며 금리감면 및 3년 만기연장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권의 이 같은 압박에 건설업계에선 앞으로 제2, 제3의 워크아웃 건설사가 줄줄이 나올 것으로 우려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대주주 지원을 통한 자구책을 마련해도 금융권이 무차별적으로 자금줄을 죄는 바람에 사업 정상화를 위한 신규 수주도 막히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금 압박을 견디다 못해 차라리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게 속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예 워크아웃의 모자를 쓰게 되면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PF 대출금이 연장되기 때문이다.물론 알짜 개발 사업장을 매각하거나 경영 간섭은 각오해야 한다. 이래저래 건설사들의 입장은 난처하기만 하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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