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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겁나게(?) 사랑스럽다
귀신이 보이는 여자와 겁많은 호러 마술사의‘오싹한 연애’…손예진의 능청·이민기‘어리바리’캐릭터 매력
11년간 로맨스물만 10편 넘게 해 온 달인 되시겠다. 개구장이 같은 첫사랑도 있었고( ‘첫사랑사수궐기대회’), 먹먹하고 애달픈 추억( ‘클래식’)이 있었는가 하면 시한부의 가슴 저민 사랑( ‘내 머리속의 지우개’)도 빠지지 않았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승부하듯 선수끼리 작업의 투혼을 불사른 연애( ‘작업의 정석’)를 넘어 이혼녀의 갈팡질팡 좌충우돌( ‘연애시대’), 게이와의 로맨스( ‘개인의 취향’), 양다리로 남편을 둔 이중결혼( ‘아내가 결혼했다’)까지 즐겼으니 할 말 다 했다. 새 영화 ‘오싹한 연애’에 등장하는 손예진을 ‘개콘’식으로 소개해보자. “연애의 달인이신 ‘목석’ 손예진 선생이십니다”.

남들 하는 것이야 해 아래 새로울 것 없는 뻔하디 뻔한 연애이지만 누구에게나 내 곁의 사람은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 세상 단 하나의 사랑인 법. 손예진이 여주인공을 맡은 새 영화 ‘오싹한 연애’에서 특별한 연인은 귀신 보는 여자와 겁많은 남자다. 무엇보다 ‘연애의 달인’인 손예진의 공력이 빛을 발한다.

이 작품에선 원혼의 저주에 걸려 평생 귀신에 시달리며 연애 한 번 못해 본 여자 ‘여리’로 분했다. 여리는 누구와도 가까이 할 수 없는 처지다. 친구든 연인이든 그녀와 만날라치면 어김없이 원혼이 끔찍한 모습을 드러내고 상대를 해코지하며 관계를 훼방놓는다. 평생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야 하는 신세.

그런데 그녀 앞에 조구(이민기 분)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조구는 아이디어가 없어 거리를 전전하는 변변치 못한 마술사였다. 그런데 어느 하루 거리의 관객 속에서 분위기가 범상치 않은 여자를 만난다. 아래 위로 검은 옷을 빼입고 창백한 얼굴에 표정 하나 없는 여리다. 조구는 ‘이거다’ 싶었다. 조구는 여리를 자신의 팀에 합류시켜 ‘호러 마술’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다. 여리가 공연에서 맡은 역할은 귀신이다. 자꾸만 여리가 눈에 밟히는 조구는 그녀를 회식에 초대하지만 번번히 퇴짜를 맞는다. 


거듭되는 요청에 마지못해 술자리에 동석한 여리는 알고 보니 엄청난 술주정의 소유자였다. 술자리에서의 해프닝을 시작으로 이 핑계 저 핑계로 자꾸 만남을 반복하던 그들은 어느새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겁많은 호러 마술사인 조구에게 자꾸 괴이한 일들이 잇따르고, 결국 여리의 비밀을 알게 된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대가로 평생 원혼의 저주에 시달려야 한다면 당신은 연인을 지킬 수 있을까. 조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손예진은 고딕풍의 마녀같은 이미지에서 술만 먹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사의 소유자, 평생 홀로 외로이 살아야 하는 운명을 서러워하며 오열하는 여인의 모습까지 능수능란하게 캐릭터를 변주해간다. 어딘가 어설픈 듯한 이민기만의 독특한 매력과 썩 잘 어울린다. 여기에 더해 ‘막돼먹은 영애씨’로 인기를 끈 김현숙과 최근 조연여배우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미도가 여리의 친구로 등장해 매번 웃음을 준다.

이 영화를 통해 동화 속에서 흔한 ‘저주에 걸린 공주’ 모티브를 읽기란 어렵지 않다. 공포와 로맨스의 결합도 참신한 편이다. 극 중 여리 친구로 등장하는 이미도의 역할은 로맨틱 코미디 작가로 설정돼 있는데, 그녀의 대사를 통해 장르의 공식을 우스개 소재로 삼는 대목도 재미를 준다. 가령 김현숙과 이미도가 “로맨틱 코미디라면 넌 주인공의 친구야, 감초같은 년”, “넌 친구의 친구같은 년이야”라며 대거리를 하는 식이다.

독특한 코믹 공포영화였던 ‘시실리2㎞’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황인호의 감독 데뷔작이다. 12월 1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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