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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일’ 현실적 모성과 다른 이유는?
SBS 월화극 ‘천일의 약속’은 요즘 지형(김래원)이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서연(수애)과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생활을 해나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지형이 양가의 인정 하에 결혼하기로 한 향기(정유미)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서연과 결혼하는 상황을 보며 시청자들도 “나도 이런 사랑 한번 해봤으면”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지형과 서연의 관계 진행은 이 드라마의 주요한 흐름이지만 서연과 지형의 모친인 강수정(김해숙)의 관계도 관심이 끌린다.

드라마에서는 자식이 물질적 조건이나 스펙이 떨어지는 상대와 결혼하려 하면 부모가 대부분 반대한다. ‘불굴의 며느리’에서는 아들이 과부와 결혼하려 하자 엄마가 여자 집에 쳐들어와 상식 이하의 행동을 벌인다. 겉으로 보면 악녀 같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는 설정이다.

그러니까 멀쩡한 아들이 치매에 걸린 여자와 결혼한다면 부모의 반응은 보나마나다. 그래서 서연 역의 수애는 처음에는 결혼하자는 김래원에게 신파 드라마를 찍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김해숙-수애의 대사는 이와는 한참 다르다. 여느 멜로드라마라면 첫만남에서 남자의 엄마는 “어딜 넘봐” 하고 여자에게 따귀를 한 대 때리든가, 돈봉투를 하나 내놓고 이쯤에서 물러가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한다.

하지만 정반대다. 결혼 며칠 전 아들이 정혼자(정유미)에게 결혼을 못하겠다고 통보한 후 다른 여자(수애)와 결혼을 서두르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엄마는 처음 수애를 만났을 때에는 결혼을 반대하는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말한다.

수애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음을 밝히고 “어머니 마음이 제 마음이에요”라며 절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수애는 돌아오는 길에 “하마터면 1년만 아드님을 저에게 주세요”라고 말할 뻔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고백한다.

김해숙은 아들이 “알츠하이머병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줬다”고 말한 순간부터는 아들과 서연의 결혼을 조금씩 돕는다. 아들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는데도 결혼을 지지해주는 엄마는 현실적인 인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김해숙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더욱 공고하게 다져온 ‘현실적 모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이 말은 자식의 결혼을 반대하는 이기적 모성에 대해 반성이나 참회를 하라는 뜻은 아니다. 상투적인 멜로드라마에서 결혼에 대처하는 엄마와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엄마도 이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의미다.

김해숙과 수애의 관계에는 인간애가 깔려 있다. 통속 멜로드라마라면 악연으로 맺어질 수 있지만 김해숙은 수애와의 첫만남에서 결혼을 지지해줄 수 없다고 말하고는 “손 한번 잡아봐도 돼요?”라고 따뜻하게 말한다.

수애는 김래원과의 결혼식 전날 김해숙에게 전화를 올려 “어머님께 드린 약속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용서를 구했고, 김해숙은 “내 자식 뜻인데 어쩌겠어, 서연에게 섭섭한 마음 없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아들에게는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해.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 힘들어 안돼”라고 조언한다. 이런 게 판타지 같으면서도 아들의 결혼에 대한 진심어린 축복이다.

수애는 김래원에게 안겨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라고 속삭였다. 이어 “내가 지금 이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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