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정현변호사의 TV꼬리잡기] 사마귀유치원과 ‘집단모욕죄’
요즈음 KBS 2TV <개그콘서트>가 잘나가고 있습니다. 타방송의 코미디프로그램에 비교하면 해가 갈수록 개그의 질이 높아지고, 시청률도 괜찮습니다. <개그콘서트>에는 최근에 시사성이 짙게 가미되면서, 단순한 웃음보다 현실을 비틀어대며 때로는 씁쓸한 때로는 통쾌한 웃음을 뻥뻥 터뜨리고 있네요.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지적한 <개그콘서트> 코너 중 최근 기억에 남는 코너가 있습니다. 박영진의 <쁘렝땅쁘루국>은 국가적 모순을 정면으로 다루려 노력하였으나, 다소 ‘웃기지가 않아서’인지 오래가지는 못했지요. 다음은 역시 박영진의 <두분토론>입니다. 엄청난 대박코너였고, 남과 여의 문제가 21세기를 넘어선 영원한 화두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다음 최효종의 <행복전도사>가 있었습니다. 최효종의 출세작쯤 되는 코너인데 처음에는 임팩트가 없었지만, 회가 갈수록 비현실적 부유층을 꼬집어서 상당한 ‘공감’의 웃음을 이끌어냈습니다. 최효종은 이후 또 하나의 문제작 <사마귀유치원>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되는데요.

시사코미디는 직접성이 너무 강조되면 웃음이 떨어지고, 웃음을 너무 강조하면 예리함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사마귀유치원>은 다소 유아적 구성이지만, 통쾌하면서도 신랄하고 웃음 또한 약하지 않습니다. 



<사마귀유치원>은 최근 ‘국회의원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었는데, 큰 호감을 얻어냈고 불의의 공격까지 당했습니다. 취하되기는 했지만 모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로 최효종을 형사고소 한 것이죠.

고소를 한 국회의원의 의도는 자신이 얼마 전 1, 2심에 걸쳐 유죄판결은 받은 ‘아나운서’들에 대한 ‘집단 모욕죄’(정확히 말하면, 집합명칭에 의한 모욕죄) 유죄인정에 대한 자신의 억울한 심경을 담은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는데요. 문제의 ‘집단모욕죄’에 대해 간단히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개인이 아닌 집합명칭을 거론하여 명예를 떨어뜨린 경우에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형법학계에서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었습니다. ‘서울 사람 깍쟁이다.’ 라고 말했다고 해서 서울시민에 대한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갑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이 부정을 저질렀다’의 경우는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피해자가 특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다르죠). 이러한 이론이 집단모욕죄의 논의인데요.

최효종을 고소한 강모 의원에 대한 유죄 판결에 따르면, 그 국회의원의 발언이 개별적 특정 아나운서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그 표현으로 볼 때 ‘여성아나운서들 집단의 개별구성원, 적어도 한국아나운서 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회원들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의 경멸적 표현을 하였다고 인정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최효종이 <사마귀유치원>에서 국회의원 모두를 경멸할 정도의 개그를 하였는지가 문제가 될 것인데요. 쉽고 부당한 방법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한 풍자로서의 의미일 뿐이고, 그 발언의 상황이 ‘개그콘서트’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모든 국회의원’에 대한 모욕죄가 인정될 수는 없겠습니다.

만약 모욕죄가 인정 된다면 앞으로 국회의원을 풍자하기 위해서는 해당되는 국회의원을 일일이 가려내어 그 사람들 이름만 거론해서 코미디를 만들라는 모순된 요구가 되는 것이지요. 코미디를 다큐로 받으면 되겠습니까. 가뜩이나 국민들 삶이 팍팍한데, 최효종 같은 용기 있는 개그맨들 더욱 힘내라고 박수를 보냅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