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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러난 ‘나가수’의 저력, 하지만…
‘나는 가수다(MBC)’의 저력이 얼마간은 발휘됐다. 물론 날고 기는 아이돌 가수들을 아우르지는 못했지만 김범수 박정현 등은 ‘2011 멜론뮤직어워드((Melon Music Award)’에 각자의 이름을 올리며 ‘나가수’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올 한 해 가요계를 가장 먼저 정리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2011 멜론뮤직어워드’, 온라인투표 20%와 음원 다운로드 80%를 합산해 집계된 이날 시상식에서 김범수는 R&B 발라드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박정현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 부른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로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김범수의 경우 가수로서 첫 발을 디딘 1999년 이래로 시상식에서 큰 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나가수 대세’ 김범수에게 상맛을 보게끔 해준 것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 발표된 음원은 아니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김범수라는 가수를 재평가할 기회를 열어줬음에 틀림없었다.

김범수와 함께 후보로 이름을 올린 팀은 ‘다비치, 백지영, 지아, 포맨’ 등으로 각자 새 앨범을 내고 자신들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컴백과 함께 음원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낸 다비치, ‘불후의 명곡(KBS2)’에 출연한 신용재를 통해 주목받게 된 돌아온 ‘소울의 왕자들’ 포맨, ‘OST의 여왕’ 백지영, 숨은 ‘가창력 고수’ 지아 등은 만일 김범수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 남녀노소를 불문한 사랑을 받지 않았다면 상대하기 벅찬 경쟁자들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김범수가 보여준 다양한 장르의 소화능력과 퍼포먼스, 가창실력 등은 이 후보군에서 단연 김범수라는 이름을 돋보이게 했다.

박정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14년 가수인생 사상 박정현에게 이 같은 환대는 처음이었다.

어느날 국민요정으로 떠오른 박정현은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모든 노래로 매번 차트를 장악했고, 이 프로그램은 음악만이 아니라 박정현이라는 개인의 모든 것에 두터운 팬심을 쌓는 계기가 됐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힙합듀오 리쌍과 2NE1, 비스트, 빅뱅, 슈퍼주니어, 시크릿, 씨스타, 아이유, f(x) 등 아이돌이 장악한 TOP10에 ‘나는 가수다’ 멤버로서도 유일하게, 아이돌이 아닌 솔로 가수로서도 유일하게 여기에 이름을 올리며 그 명성을 재확인했다.

‘나는 가수다’는 단지 두 사람을 떠나서도 2011년 한 해에 족적을 남길 만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직업인 가수를 노래로 평가한다’는 전무후무한 콘셉트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때문에 비판이 많았다. 그 비판의 소리만큼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로도 갖은 논란이 덧대어졌던 상황. 그럼에도 반응만큼은 그 모든 논란과 비판을 아우를 만한 결과로 이어졌다.

일요일 저녁 ‘나는 가수다’가 전파를 타고 나면 다음날 온라인 음원 차트는 ‘나가수’의 출연 가수들이 부른 노래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차트 점령이다. 1위에 오르건 7위에 오르건 프로그램의 순위 결과와는 관계없이 ‘나는 가수다’의 매회 음원들이 차트를 점령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신곡을 발표하는 기존 가수들은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으며 ‘나가수’ 음원의 차트 점령은 ‘신인들의 무덤’이라는 분석마저 제기됐다. 때문에 ‘나는 가수다’ 별도의 음원차트를 만들거나 판매 차트에서 해당 음원을 제외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던 것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3월 이후 지금까지의 풍경이었다. MBC가 음원 최강자가 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음악 관계자들의 우려였다.

결과적으로는 기우였다. 김범수와 박정현이 이번 시상식에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가요계 전반을 뒤집을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시 2주에 한 번씩 공개되는 ‘나는 가수다’의 음원은 가요계 전반에 위협을 가하는 요인임이 분명했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다음날인 월요일은 ‘나가수 음원 듣는 날’로 불릴 만큼 폭발적인 반응이었지만 결과를 놓고 보는 현재의 분위기는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음원 소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단연 아이돌 그룹이었다. 물론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세대가 넒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음원을 보유하는 적극적인 소비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 이번 시상식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이날 시상식의 대상격이라 할 수 있는 아티스트상, 앨범상, 베스트송상에 각각 비스트, 2NE1, 아이유 등이 자리했으며, ‘나는 가수다’를 거친 그리고 걸쳐있는 총 22명의 가수 가운데 김범수ㆍ박정현 만이 겨우 이름을 올렸다는 점도 그의 반증이다.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가 ‘보는 음악’을 통해 그것을 향유하는 계층을 다소 확장하고,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게 해줬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 이는 공연이나 음반구매 등을 비롯한 온라인 공간 밖에서의 활동적인 음악 소비를 일궈내는 데에 기여하기도 했다.

우려가 깃들었던 ‘나는 가수다’의 음원 전쟁은 가요계를 진흙탕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거기에는 ‘나는 가수다’ 이후 등장한 두 개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무한도전’에서 생산된 음원들이 이 프로그램의 또다른 경쟁 상대가 됐다는 것도 한 부분 차지한다. 이날 시상식에서도 ‘핫 트렌드’ 상을 수상한 것은 ‘나는 가수다’가 아닌 ‘무한도전-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였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가 만들어낸 음악들은 노래가 직업인 아티스트들이 생산해낸다는 점에서 그것이 가요시장에 미칠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니 이후 찾아올 음악시상식에서 이들이 어떠한 자리를 점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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