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외국인은 역시 강했다. 외국인은 올 한 해 줄곧 팔자세로 일관했지만 일부 베팅에선 기관과 개인을 넘어서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위기관리 측면에서 보면 국내 기관의 저력이 돋보였다. 특히 검은 머리 외국인도 국내 투신사들의 고른 종목 선택에는 두 손을 들어야 했다. 국내 투신사들만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플러스의 수익률을 올렸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유로존의 재정 위기 등의 외부변수 등으로 인해 종목별 차별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투자자별 베팅 차별화는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투신권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4.35%로 유일하게 플러스의 수익을 올렸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1.09%의 수익을 올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초라한 실적을 거둔 투자자는 개인과 증권사들이다. 개인들의 수익률은 -34.66%로 가장 많은 손실을 기록했고, 증권사들도 -22.67%로 기관 중에선 가장 저조한 실적을 올렸다. 다만 증권사들은 현선물과 파생상품과 연계된 거래가 많아 이 수치를 전부 손실로 보기는 어렵다.
올 한해 유가증권시장과는 반대로 나홀로 성장세를 보였던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강한 저력을 보였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만 70.81%의 앞도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이어 연기금이 37.44%, 증권 35.37%, 투신 32.50%, 개인 21.32%, 은행 13.5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외국인과 투신사들의 매매 패턴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각각 7조8909억원, 1조1800억원 어치를 내다 팔았다. 하지만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만도 4549억원, SK C&C 3031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여 각각 55.04%, 58.26%의 높은 수익을 올렸다. 두 개 종목만으로 금융주 등 다른 종목에서의 손실을 모두 만회한 셈이다.
특히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선 단 한 개 종목에서만 마이너스의 수익을 올렸을 뿐 대부분의 종목에서 높은 수익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씨젠과 AP시스템, 젬백스로 100~200%의 경이로운 수익을 기록했다.
투신사들 역시 유가증권시장에선 3조565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외국인과는 반대로 금융주에 대해선 매도 포지션을, 성장성이 높았던 한국타이어와 엔씨소프트, 현대글로비스 등의 종목에 매수를 보여 유가증권시장에서 유일하게 플러스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개인과 증권, 은행 등은 외국인과 투신이 내다팔은 종목을 주워 담기에 급급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반면, 투신권은 높은 수익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종목 포트폴리오로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