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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덕2단지 도급제 반대 ‘시끌’
곧 사업시행 인가를 눈앞에 둔 고덕주공2단지에서 향후 진행될 시공사와의 계약방식을 두고 때아닌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시의 공공관리제도상 사실상 ‘도급제’만을 허용해 ‘확정지분제’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사적 계약권, 더 나아가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공공관리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를 제정ㆍ보급하면서 이후 입찰 공고하는 정비사업부터 적용키로 했다. 공공관리 대상구역 가운데 시공사를 아직 선정하지 않은 399개 구역, 특히 조합이 설립돼 시공자 선정이 가능한 20개 구역을 우선 적용지로 꼽아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가 최초 시범지구로 지정됐다.

문제는 애초 재개발ㆍ재건축에 있어 조합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시공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돼 온 공사계약 관행을 막기 위해 제정된 표준계약서가 도리어 조합의 이익과 배치된다는 게 고덕2단지 주민들의 지적이다.

공사예정금액을 조합이 제시토록 하고, 그동안 시공사가 첨부하지 않던 ‘공사비 산출내역서’를 계약시 의무적으로 제출하게끔 한다는 표준계약서 규정이 사실상 도급제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줄곧 확정지분제 계약방식을 의결해온 조합원 총회 입장과 상반된다는 것이다. 도급제 계약의 경우 시공사에 재건축 아파트 공사비만 지불하고 사업에서 발생하는 나머지 이익을 조합이 가져가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엔 미분양 우려가 큰 데다 공사중 발생하는 금전적 리스크와 손실 등을 모두 조합이 감당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일부 조합원들은 최근 ‘도급제 철폐, 컨소시엄 반대 대책특별위원회’를 조직해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ㆍ구청에 민원을 접수하는 등 단체행동을 벌이는 상황이다. 오는 26일엔 ‘도급제 반대 공청회’까지 열 계획이다.

대책위 강종록 대표는 “일찌감치 조합이 조합원 리스크를 덜 수 있는 확정지분제를 의결해왔는데 이제 와서 표준계약서를 이유로 도급제를 강제할 수는 없다”며 “차라리 지분제를 적용하면서도 서울시가 관리ㆍ감독을 철저히 하든가 클린업시스템을 강화하는 식으로 다른 지역에도 모델이 될 만한 표준계약 적용 시범 사례를 만들어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조합에서도 “기존 조합 총회 결의 내용을 공문으로 서울시에 전달해 지분제도 검토한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이들과 큰 차이가 없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같은 반발이 표준계약서 내용을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공공관리과 관계자는 “시공사와의 계약시 공사비 산출내역을 제출토록 한 것은 도급제, 지분제의 문제가 아니라 계약을 투명하고 공정하게끔 유도하고 조합원들이 정비사업의 주체로 바로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역만 구체적이고 명확하다면 터무니 없는 지분율로 조합원을 꾀는 일 없이 합리적인 지분율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기에, 도급제와 지분제의 장점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다음달 표준계약서에 의한 계약방식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4103가구를 건립하는 대단위 재건축 사업장으로 이달중 사업시행 인가를 받는대로 시공사 선정을 앞둔 고덕주공2단지가 때아닌 도급제-지분제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12월중 표준계약서에 의한 계약방식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갖기로 했다. 사진은 단지 곳곳에 내걸린 도급제 반대 공청회 안내 현수막.

<백웅기 기자 @jpack61>
/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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