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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한’ 아이돌, 연애도 고백도 ‘당당하게’
‘공개연애’라고? 말도 안된다.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보자.

HOT의 문희준과 베이비복스의 간미연의 열애설이 터지자 그들의 팬들은 세상이 무너질 듯한 격노의 감정을 분출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HOT의 리더 문희준과의 열애설에 간미연은 ‘익명의 공간’ 안에서 할키고 뜯겨졌다. 배타적 팬덤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아이돌 멤버끼리는 밥 한 번 먹기도 힘들던 시절, 소속사의 철저한 관리 하에 살던 그 시절을 지나니 '이상한 시대'가 왔다.

쿨하고 당당하다. 자기 사랑을 팬들 앞에 밝히고 축복 속에서 만남을 시작한다. 건강하고 떳떳한 연애다.

가요계의 중심에 서 있는 아이돌 스타들이 하나둘 자기들의 연애담을 꺼내들었다. 다 지나간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의 연애는 현재진행형, ‘했다’가 아닌 ‘하고 있다’다. 뒤에 숨어 몰래 하던 연애가 아니라는 얘기다.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로 오랜만에 국내 가요계에 컴백한 원더걸스의 선예는 23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해 좌중을 사로잡을 만한 고백을 했다. 톱 걸그룹 여성 멤버 최초의 자진 연애 고백이다.

선예는 이날 방송에서 “연예금지령이 풀리기 전 조금 신호위반을 했다”면서 “나를 좋아하고 아껴주시는 분들과 기쁜 소식을 나누고, 축하받고 싶음 마음이 있다. 사실 몇 개월 전부터 만나게 된 분이 있다”면서 현재 ‘연애 중’임을 당당히 밝혔다.

선예 스스로도 연애 금지령이라고 했다. 아이돌이 사는 세계의 현실이 그랬다. 소속사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은 당연히 연애를 드러내놓고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연애를 할 수도 없었다. 선예가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는 물론이거니와 YG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걸그룹 2NE1은 회사에서 연애제한기간을 5년으로 두고 있다고 밝히며 ‘3년으로 좀 줄려달라’고 간청했을 정도. 그러니 공개연애는 더 쉽지 않다. 공개연애라도 할라치면 팬들의 반응도 겁이 난다.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연애를 고백하고 공개연애를 즐기는 시대가 된 것이다. 팬들조차 배신감보다는 축하를 먼저 건넨다.

선예가 최초의 시도는 아니었다. 그에 앞서 슈퍼주니어의 신동이 ‘강심장’을 통해 여자친구를 공개하고 심지어 프러포즈까지 했다. 물론 신동에겐 신격화된 이미지가 없다. 아이돌그룹의 남자 멤버치고는 조각같은 외모로 소녀팬들을 줄줄이 홀리고 다니는 우상화된 타입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신동 나름의 팬층을 구축하고 옆집오빠 혹은 동생 이미지로 자신의 길에 최선을 다하는 이 아이돌 가수의 폭탄발언은 소속사마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날이 올 줄은 누구도 몰랐지만 지금은 소속사의 강력한 제재로 선배 아이돌들이 자판기를 이용해 쪽지를 주고받으며 몰래 연애를 즐기던 때와는 너무도 달라졌다. 심지어 그 시너지 효과가 두 배인 아이돌끼리의 연애조차도 당당하다. 

신한류의 중심인 카라의 구하라와 비스트의 용준형이다. 이 새내기 커플의 연애는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아이돌 역사상 최초의 공개연애 커플 탄생의 순간에 온-오프라인은 들썩였다. 2011년 6월이었다. 용준형과 구하라는 당시 만난지 한 달된 이른바 ‘신상커플’. 구하라가 세칭 '카라사태'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용준형이 든든히 옆자리를 지켜준 것이 계기가 돼 연인 사이가 됐다는 풋풋한 커플이다. 만난지 세 번밖에 되지 않은 이들 커플은 당시에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니 예쁘게 봐달라’는 이야기를 남긴 상황, 재미있는 것은 너무 바쁜 활동 탓에 만나는 횟수가 줄자 최근 구하라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전히 잘 만나고 있지만 자주 못 본다. 밥 한 번 먹고싶다”는 진심 어린 귀여운 고백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 이전 한 커플이 더 있었다. 떠오르는 하이킥 스타였던 신세경과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종현이 당당하게 연애 사실을 인정하며 예쁜 만남을 이어가 축하를 받았다. 물론 당시 신세경이 악플에 시달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쨌든 지금 두 사람은 이미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연애만 당당할 수는 없다. 고백도 당당하다. 

소녀시대의 효연은 과거 ‘강심장’을 통해 짝사랑하는 남자 아이돌이 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얼굴까지 붉히며 진심어린 고백을 시작한 효연은 당시 “쌍커풀 없는 눈에 재치있고 춤 잘추는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주특기인 댄스까지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현재는 사절이다. 지난 13일 '강심장'에 출연한 효연은 "혼자 몰래 좋아하던 아이돌 멤버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순수한 마음에 용기를 내 고백했던 건데 그분이 어떻게 아셨는지 자기인 걸 눈치채고 내가 지나가면 멋진 척 해서 환상이 깨져버렸다"는 후기까지 덧붙였다.

이미 지나간 사랑에 대한 고백은 자연스럽다. 게다가 위험부담도 없다. 그러나 진행형이라면 달라진다. 여전히 본인들이 사랑하는 스타의 연애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팬덤과 그로 인한 파급력은 소속사의 입장이라면 위험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비밀리에 숨어서 ‘쉬쉬하는 연애'가 아닌 대중 앞으로 나와 즐기는 그들의 건전한 교제는 도리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달라진 지금의 현실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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