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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곡가 김동률의 ‘율’…90년대에 바치는 오마주
‘나는 가수다’에서 자우림이 불러 화제가 된 장혜진의 히트곡 ‘1994년 어느 늦은밤’, 옥주현이 부른 이승환의 노래 ‘천일동안’, 김원준이 불러 히트시킨 ‘Show’. 이 노래들은 한 사람이 작곡한 노래라고 믿기 힘들지만 모두 김동률(37)이 만들었다. 전람회 시절 부른 ‘취중진담’이나 카니발 때 부른 ‘그땐 그랬지’와 ‘거위의 꿈’도 물론 김동률이 만든 노래다. 김동률은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음에도 ‘사랑한다는 말’‘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아이처럼’ 등 감성 발라드로 골수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한국 대중음악의 소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노래들 대다수가 김동률이 20대에, 심지어 그 이전에 만들어진 곡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그런 노래의 작곡이 가능했다. 20대가 가장 불안하면서도 설레는 세대다. 자신에 대해 고민을 가장 많이 할 나이다. 그때 나온 감성이 지금과 같을 수는 없다. 안타까운 것은 순수음악은 원숙해지면 계속 발전이 가능하지만, 대중음악은 나이에 반비례하는 것 같다. 적어도 정비례는 아닌 것 같다.”

그런 김동률이 최근 크리스마스 앨범 ‘율(YULE)’을 내놨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8개의 자작곡을 담았다. 웅장한 스타일과 격정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타이틀곡 ‘리플레이’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겨울잠’, 수록곡 중 유일하게 최근 만들어진 박새별 피처링의 듀엣곡 ‘새로운 시작’, 크리스마스 때의 놀이동산이 떠오르는 ‘크리스마스 선물’ 등이 있다.

“곡 구성까지는 10년 전에 했었고, 편곡과 작사는 올해 했다. 90년대 말 음악의 재현이자 오마주다. 당시 사운드를 그대로 이용했다.”

김동률은 자신의 음악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단어를 ‘향수’라고 했다. 그는 “캐럴도 향수다. 산타할아버지를 보며 사람들은 어렸을 때의 좋았던 경험이나 추억을 떠올린다”면서 “음악은 과거 감정과 추억을 되살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진을 보는 것보다 그때 들었던 음악을 듣는 게 더 효과적이다. 나는 음악의 이런 기능을 좋아한다”고 했다.

따라서 김동률은 “혹자는 우려먹었다, 재탕이다고 하기도 하지만 굳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자기 추억을 끄집어내는 것으로도 좋다. 90년대 가요를 열심히 들었던 사람들은 이를 그리워할 것이다”면서 “아픈 추억이라면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음악의 마술 같은 힘이고 보람이고 재미다”라고 말했다.


김동률은 빨리 돌아가는 이 세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사는 사람이다. 앨범이나 콘서트는 완벽할 때까지 준비해야 한다. “빠른 흐름에 신경 안 쓴다. 회사와 계약도 음반 한 장당으로 한다.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건 못 참는다. 의무감은 싫다. 안 해도 될 때 의욕이 강해진다.”

김동률의 고정 팬들은 적지 않다. 팬들은 새 음반과 공연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누구는 계속 음반 내고 예능에 열심히 출연해도 될까 말까 한데, 김동률은 가만히 있어도 팬이 찾아오는 행복한 뮤지션이다.

“제 인기 이유를 분석하는 건 의미가 없다. 목소리, 가수, 음악, 분위기, 무엇이건 좋아해주면 좋다. 그걸 굳이 내가 알 필요는 없다. 느린 템포의 결과물을 지지해주는 팬이 있다고는 믿는다.”

김동률은 “공연을 자주 안 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주 안 하려고 작정한 게 아니고, 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나를 비즈니스의 여우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금 억울하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비즈니스로 맞추고 싶지 않고, 거기에 휘둘리고 쉽지 않을 뿐”이라고 전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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