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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밀하게 때론 자유롭게…日현대미술의 단면
가나아트센터 ‘Pathos and…’



일본 현대미술 하면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한 무라카미 다카시와 나라 요시토모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의 따끈따끈한 일본 현대미술은 어떤 모습일까? 이를 살필 수 있는 전시가 오랜만에 꾸며졌다.

가나아트(대표 이옥경)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Pathos and Small Narratives’라는 부제 아래 다케오 하나자와, 미쓰히로 이케다, 존 이토, 이즈미 가토, 마키코 구도 등 12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출품작은 총 50여점.

국내에서 일본 현대미술은 1980년대 오타쿠 문화의 연결선상에 있는 ‘슈퍼플랫’과 ‘재팬 애니팝’이 주로 소개됐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끊임없는 자기화의 과정을 추구함으로써 내밀한 성찰을 이룬 작업이 중심에 놓였다. 사회로의 참여와 소통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풀어나가는 작가들의 작업은 ‘내면으로의 몰입’을 잘 보여준다.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큐레이터 겐지로 호사카는 “오늘날의 일본 현대미술은 소박하면서도 사적인 기억의 편린들을 작은 이야기(Small Narratives)를 통해 펼쳐나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평했다. 이를테면 마키코 구도(33)는 일상적 경험의 흔적들과 그 시간 속에 녹아 있는 고통과 기쁨, 슬픔과 희망 같은 감정들을 상상적 공간 속에 그려내고 있다. 다케오 하나자와(34)는 현실에서선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 판타지의 세계를, 유코 무라타(38)는 우리 주변의 낯익은 공간을 정적이 감도는 시ㆍ공간으로 묘사해 초현실적 아우라를 뿜어낸다.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Pathos and Small Narratives’에서 일본 현대미술의 다양한 아우라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다케오 하나자와 작품.

이 같은 일본 작가들의 작품은 언뜻 가볍고 유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고립감과 편집증적 분위기는 단연 압도적이다.

한편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감각의 소통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구상과 추상, 구축과 해체, 생성과 소멸을 한 화면에 자유롭게 공존시키는 것이 공통점이다.

나오후미 마루야마(47)는 자신만의 독특한 번짐 기법을 통해 부드러움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교코 무라세(48)는 미세하게 진동하며 꿈틀대는 선의 반복과 부정형의 신체 형상이 유기적인 운동감을 전해준다. 또 가에 마스다(33)의 작품은 공간을 부유하는 이미지의 파편들이 아름다운 모자이크처럼 짜여 있다.

한지에 깃털처럼 가벼운 터치로 눈에 보이지 않는 꿈과 이상 세계를 사뿐하게 연출하는 히로시 스기토(41)는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그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채로 두고 싶다”고 밝혔다.

이렇듯 개개인의 삶 속에서 서로 다른 색깔을 드러내며 ‘지금’ ‘여기’를 주목하는 일본 작가들의 작품은 섬세하고 부드러워 마치 미풍이 뺨을 스치는 듯하다. (02)720-102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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