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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도 ‘불황형 흑자’속으로?
세계경기 둔화 후폭풍…자본재 수입 급감 전망
기업들은 투자 위축 불보듯…고환율땐 2009년 재연우려

세계 경기 둔화와 함께 수출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도 우리나라에 3년 만에 ‘불황형 흑자’가 도래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불황형 흑자는 불황기에 수출과 수입이 함께 둔화되는 와중에, 수입감소폭이 수출감소폭을 상회해 무역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는 상황을 말한다. 흑자이긴 하지만 물건을 많이 팔아서 생기는 흑자가 아닌 어려워진 살림살이에 씀씀이를 줄이면서 생기는 부정적인 흑자다.

우리나라에서는 IMF 사태 때인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불황형 흑자가 나타난 바 있다. 2009년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수출이 전년 대비 14%가량 줄었지만 수입도 크게 줄면서, 오히려 무역수지는 404억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에 이러한 불황형 흑자가 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2년에는 연간 총수출이 0.9% 감소한 5541억달러, 총수입은 0.9% 증가한 5258억달러를 기록하면서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세계경기 부진이 2009년과 같이 깊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무역수지 흑자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과거와 같은 전면적인 불황형 흑자는 아니지만 경제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증가세가 둔화되고 수입은 그보다 더 줄어드는 소규모 불황형 흑자가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려면 수출탄력이 줄어듦과 동시에 ‘자본재 수입’으로 대변되는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야 한다.

현재 대다수의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도 수출환경이 올해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르면 2분기, 늦으면 3분기까지 수출환경이 악화된다는 시나리오다. 유럽과 미국의 수요둔화, 일본 대지진 효과 종료에 따른 대일 수출 감소를 감안하면 올해 20% 수준이던 연간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대기업들의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포스코경영연구소 등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이전보다 낮아진 3.6~3.8% 수준으로 본다. 모기업들 역시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

이러한 동향은 다소 이르긴 하지만 ‘불황형 흑자의 싹’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9월 경상수지는 31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월 대비 무려 10.7배 늘었다. 반면 통관기준 수입총액은 452억7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줄었다. 자본재 수입이 크게 줄어든 탓인데,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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