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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본보고 맘에 들면 영화·드라마 안가려
데뷔 18년 만에 TV드라마서 주연 꿰찬 김상호
OCN 첫 범죄스릴러물 ‘텐’서

24년 베테랑 형사 ‘백도식’열연


캐릭터에 마취가 되면

아무리 욕을 해도 밉지 않아


잘한 일은 결혼과 배우생활

‘대머리‘ ’그놈’같은 수식어 붙었으면



영화 ‘완득이’ 속 옆집 아저씨. 처음엔 얼굴도 나오지 않고 욕설만을 내뱉지만 폭소를 자아낸다. 이어지는 욕설 대사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그저 계속 웃게 만든다.

드라마 ‘시티헌터’에서 이민호와 단짝으로 나온 ‘대머리 배우’ 김상호(41)는 참 매력적인 배우다.

올해로 데뷔 18년차. 김상호가 드디어 생애 첫 TV 드라마 주연 자리를 꿰찼다. 지난 18일 밤 12시 첫 방송한 OCN의 범죄수사 스릴러 ‘특수사건전담반 텐(TEN)’(연출 이승영, 극본 남상욱ㆍ이재곤)에서 24년의 베테랑 형사 ‘백도식’ 역을 맡은 것.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상호는 “올해 영화는 ‘완득이’만 빼고 쫄딱 망했고, 드라마는 풍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시티헌터’와 ‘반짝반짝 빛나는’에 출연했고, 영화는 ‘챔프’ ‘모비딕’ ‘적과의 동침’ ‘심장이 뛴다’ 등 5편에 출연했지만, 완득이만 성공했다.

김상호는 “최근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데, 사람들이 ‘완득이 잘 봤어요. 깔깔깔깔’ 하더라”며 “무대에서 욕은 잘해봐야 본전이라고들 한다. 욕은 정서가 있어야 한다. 그 캐릭터에 마취가 되면 아무리 욕을 해도 밉지가 않다. 욕을 맛깔 나게 하는 배우는 참 좋은 배우”라며 흐뭇해했다. 


그는 완득이에 우정출연했다. 때문에 분량은 적지만 존재감은 컸다.

김상호는 “배우의 비중은 배우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극 중 배역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크다고 생각하면 크게 된다”고 말했다.

‘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본이 서너 개 들어왔는데, 맨 마지막에 본 것이 ‘텐’이었다. 대본이 재미가 있어 술술 넘어가더라. 바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식 수사물을 기치로 내걸고 첫 방송만 120분 특별 방송한 ‘텐’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잘 만들어졌다는 평이다. 스토리도 재미있고 주상욱, 조안, 최우식 등 배우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벌써 일본에 선(先)수출됐다.

첫 주연이 된 소감에 대해서는 “특별한 건 없고, 책임감이 더 느껴진다”며 “진짜 주연은 범인과 피해자들”이라고 말했다.

“ ‘내가 살고 간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서 연기를 시작했다”는 김상호는 1994년 연극 ‘종로고양이’로 데뷔했다. 돈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꼈기에 대학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월세낼 돈이 없어서 돌아갈 집이 없을 정도로 생활고를 겪으면서 한때 배우의 길을 접은 적도 있다.

“1998년이었는데, 연극 공연이 끝난 후 갈 집이 없었어요. 굉장히 서글펐죠. ‘이렇게 고생했는데…’ 하는 생각에 아내의 고향인 원주에 가서 5만원짜리 월세방 구하고 신문, 우유 배달을 하다가 1년간 라면가게를 했어요.”

그가 만든 해물뚝배기라면은 대하 2마리, 조개 4마리, 미더덕 등을 넣고 2500원에 팔아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남는 게 별로 없었다. “이렇게 쪼잔하게 살아선 안 되겠다. 대범하게 살자’고 결심하고 6개월간 막노동과 신문 배달로 500만원을 벌어 다시 서울에 와서 연기를 시작했다.

김상호는 “이제껏 가장 잘한 일은 아내와 결혼한 것과 배우가 된 것”이라며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옥탑방에 보증금 300만원, 월세 18만원짜리 방을 얻어 다시 배우가 된 것은 아내가 직장에 다니면서 뒷바라지를 한 덕이다.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4년 ‘범죄의 재구성’이 히트를 치면서부터다. ‘범죄의 재구성’이 끝나고 약 10개월이 지나자 슬슬 작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1남1녀를 둔 김상호는 “요즘엔 어떤 배역을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대본을 보고 마음에 들면 영화든, 드라마든 가리지 않고 한다”며 “경기도 용인 수지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내가 번 돈으로 가족이 먹고사는 것이 신기하다. 앞으론 집을 사고 싶다”고 했다.

김상호는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배우,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최근 ‘대머리’라고 부르는 것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배우 김상호’ ‘그놈’ ‘대머리’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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